표준모형 검증 정밀도 획기적 향상

국제 공동 연구진이 희귀한 원자 궤도 전이를 활용해 새로운 유형의 원자시계를 구현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일본 교토대학교의 다이키 이시야마(Taiki Ishiyama)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성과를 학술지 Nature Photonics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연구는 표준모형(Standard Model)의 예측을 검증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엄격한 실험적 테스트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원자시계는 전자를 더 높은 에너지 상태로 들뜬 뒤, 해당 전이의 진동수를 측정해 시간을 계산하는 장치다. 이 진동은 거의 변하지 않는 안정성을 보이기 때문에 원자시계는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정밀한 시간 측정 도구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에는 레이저 간섭으로 생성된 빛의 격자 구조인 ‘광격자(optical lattice)’에 원자를 가둔 뒤, 수백조 회에 달하는 광주파수 진동을 이용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 마이크로파 기반 시계보다 훨씬 높은 정밀도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물리학의 기본 이론인 표준모형을 검증하는 실험도 가능해졌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터븀(ytterbium) 원자에서 나타나는 매우 드문 궤도 전이를 활용한 것이다. 이 전이는 원자 내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전자가 관여하는 특이한 형태로, 이론적으로는 기존 원자시계 전이와 동일한 수준의 정밀 제어가 가능하면서도 훨씬 더 민감하게 물리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제안된 바 있다. 특히 암흑물질과 같은 미지의 물리 현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세한 신호를 탐지하는 데 유리한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이러한 전이를 높은 정밀도로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 연구에서는 광격자에 사용되는 레이저 빛 자체가 원자의 에너지 준위를 교란시켜 측정값에 오차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로 인해 측정된 주파수의 분포 폭, 즉 스펙트럼 선폭이 넓어져 정밀한 분석이 제한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직 파장(magic wavelength)’을 활용한 3차원 광격자 기술을 도입했다. 특정 파장에서 원자를 가두면 레이저가 에너지 준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여기에 고도로 안정화된 레이저를 결합해 기존보다 약 100배 향상된 80Hz 수준의 매우 좁은 선폭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해당 궤도 전이를 훨씬 명확하게 관측할 수 있게 되었고, 최신 광격자 원자시계에 근접한 성능을 확보했다.

정밀도가 향상되면서 연구진은 다양한 물리적 현상도 함께 관측할 수 있었다. 안정적인 레이저로 구동되는 상태에서 바닥 상태와 들뜬 상태 사이의 코히런트 진동을 확인했으며, 두 원자가 충돌하면서 일시적으로 결합 상태를 형성하는 ‘궤도 간 페시바흐 공명(Feshbach resonance)’ 현상도 측정했다. 또한 서로 다른 안정 동위원소 간의 전이 주파수 변화를 추적하는 동위원소 이동(isotope shift) 측정을 통해 약 10억 분의 1 수준의 높은 정확도를 달성했다.

이러한 동위원소 이동 분석은 전자와 중성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새로운 보손 입자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가정 하에서 새로운 물리 효과에 대한 강력한 제약 조건을 제시했으며, 원자핵 이론 모델의 정밀도를 검증하는 기준도 마련했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시간 측정 기술의 발전을 넘어, 우주의 근본 법칙을 탐구하는 도구로서 원자시계의 가능성을 한층 확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추가적인 기술 개선을 통해 이터븀 기반 내부 궤도 전이가 차세대 원자시계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초고정밀 시간 측정과 함께 새로운 물리 현상을 탐지하는 강력한 실험 플랫폼으로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