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 각하, 갈등의 끝이 아니라 새 국면의 시작

조 대법원장, 재제청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권창영 특별검사가 이끄는 2차 종합특검팀은 2026년 9월 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고발 사건을 이미 지난달 20일 각하 처분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특검팀은 이 공지에서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지만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각하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고발의 배경은 2024년 12·3 비상계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하거나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고발장을 냈다. 고발인 측은 조 대법원장이 계엄 선포 직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도 대법원 차원의 공식적인 거부 입장을 내놓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여기서 주의할 부분은 ‘각하’라는 처분의 법적 의미다. 각하는 범죄 혐의의 실체를 충분히 수사한 뒤 무혐의로 판단하는 것과는 다르다. 각하는 불기소 사유가 명백하거나 추가 수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를 뜻한다. 즉 이번 결정은 “조 대법원장이 내란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아니라, 특검이 현재 확보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수사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앞서 2025년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끌었던 내란특검팀도 같은 사건을 수사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어, 이번은 두 번째 수사기관의 종결 판단이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대목은, 같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또 다른 고발 건이 별도로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사세행은 지난달 25일 조 대법원장이 관례를 무시하고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해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방해했다며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별도 고발했고, 이 사건은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1부에 배당돼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해 내란 혐의 사건은 종결됐지만,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법적 다툼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진짜 쟁점은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권한 충돌

이번 국면을 관통하는 핵심 구조는 대법관 제청권(대법원장)과 임명권(대통령) 사이의 충돌이다.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는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손봉기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하자 청와대는 8월 28일 이를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했다. 반면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임명동의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법조계 의견은 갈린다. 사전 합의 없는 제청 자체를 위헌·위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사전 협의 관행에 헌법적 규범력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동시에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대통령이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는 명문 규정도 없어, 대통령에게 최종 임명 여부를 판단할 재량이 있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결국 헌법은 제청권·임명권·동의권을 대법원장·대통령·국회에 분산시켜 놓았을 뿐, 거부와 재제청이 반복될 경우의 절차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야권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를 대법원 구성에 대한 영향력 확대, 이른바 ‘코트 패킹’ 시도로 해석하는 반면, 여권 쪽에서는 대법원장이 선출 권력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청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반대 논리를 편다.

온라인 여론: 진영 프레임이 법리를 앞선다

이 사안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은 정치 성향에 따라 뚜렷하게 갈린다. 더쿠 스퀘어에서는 조희대 내란 혐의 각하 관련 게시물과 대법관 재제청 관련 게시물이 각각 조회수 1,000회 이상을 기록했으며, 해당 공간에서는 이 문제를 ‘사법개혁’과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보는 시각이 두드러졌다. 반면 디시인사이드 계열에서는 “대법관 재제청 어느 쪽을 택해도 조희대가 부담을 지는 상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처럼,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중 “누가 먼저 헌법적 관행을 깼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논쟁이 이어졌다. 다만 이런 커뮤니티 반응은 이용자 성향에 따라 강하게 분리돼 있어 전체 여론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장동혁 “재제청 거부하고 이재명 재판 재개해야”

한편, 이번 각하 처분에 며칠 앞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026년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해 공개 발언을 내놓았다. 발언의 계기는 청와대가 그 사흘 전인 8월 28일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반려하며 사실상 재제청을 요구한 사안이었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위헌적인 재제청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를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것이 “국민이 요구하는 대법원장의 헌법적 책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부한 것은 결국 대통령 자신에게 유리한 판사로 대법원을 채우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비판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그때나 지금이나 헌법은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장 대표의 이 발언이 나온 8월 31일 시점에는 아직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내란 혐의 각하 소식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각하 자체는 8월 20일에 이뤄졌지만 언론에 공개된 것은 9월 1일이다).

조 대법원장 내란혐의 각하와 대통령 ‘재판 재개’ 요구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내란 혐의 각하와 이재명 대통령의 기존 형사재판 재개는 법률적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이 중단된 근거는 헌법 제84조다. 서울고법은 2025년 6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추후지정으로 돌리면서 이를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명시했다. 대장동 사건 등 다른 재판들도 같은 논리로 기일이 추후 지정된 상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는데, ‘소추’에 이미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되는지를 둘러싼 헌법소원 4건은 2025년 헌법재판소에서 모두 각하됐다.

그럼에도 이번 대법원장 내란 혐의 각하는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중요한 효과를 갖는다. 첫째, 조희대 대법원장을 ‘내란 연루 사법부 수장’이라는 프레임으로 압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약해졌다. 둘째, 그동안 조희대 대법원을 둘러싼 여러 고발 가운데 적어도 이번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은 특검이 수사를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셋째, 그 결과 대법원장은 오히려 대법관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 문제에 집중해서 대응할 정치적·법적 공간을 확보했다.

한편, 조 대법원장에 대한 여권의 압박은 남아있다. 대법관 후보자 서면제청과 관련된 직권남용·직무유기 고발은 공수처에 배당돼 있다.

대법원장, 재제청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지금부터 주목해야 할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다. 조 대법원장이 기존 후보를 다시 제청할 경우 대통령과의 충돌은 장기화되고, 다른 후보를 제청할 경우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사실상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전례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사 갈등이라기보다 한국 헌정사에서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어디까지 상호 견제할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시험하는 사건에 가깝다.

온라인 여론이 보여주는 더 위험한 징후는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우리 편 대법원’과 ‘상대편 대법원’이라는 진영 논리가 사법부에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쿠와 디시인사이드의 관련 게시물에서 확인되는 높은 관심도 역시 이 사안이 이미 법률 문제를 넘어 정치적 진영논리 문제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리하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는 2026년 8월 20일 종합특검의 각하 처분(9월 1일 공지)으로 법적으로는 일단 종결됐다. 하지만 대법관 서면제청 관련 대법원장 직권남용 고발은 공수처에서 별도로 진행 중이다. 8월 3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장동혁 대표의 재판 재개 촉구 발언에서 보듯 정치권은 이 사안을 이재명 대통령 사법 리스크 문제와 연결짖고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①내란 혐의 각하(특검의 수사 종결), ②이재명 대통령 재판 중단(헌법 제84조 해석), ③대법관 임명 거부(헌법 제104조상 제청권·임명권 충돌)가 각각 별개의 트랙이라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제 관심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강승만 기자

편집장/ Editor-in-Chief

국가 안보 정책과 연계된 과학기술 분야 혁신 등 영향력 있는 분석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핵심 과학기술 연구, 글로벌 안보, 지정학, 해양 전략을 주제로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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