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환경서 초수소화물 NMR 측정 성공… 상온 초전도체 연구 새 전환점

국제 공동 연구진이 차세대 초전도체로 주목받는 초수소화물(superhydrides) 연구에서 중요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 독일 헬름홀츠 드레스덴-로센도르프 연구센터(HZDR) 연구진이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는 극한 압력 환경의 란타넘 초수소화물을 핵자기공명(NMR) 분광법으로 분석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초전도체는 특정 임계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물질이다. 이론적으로는 전력 손실 없이 전기를 전달할 수 있어 미래 에너지 기술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초전도체는 영하 133도 수준인 약 140K 이하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실제 활용을 위해서는 복잡한 냉각 장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연구진은 보다 높은 온도, 특히 상온에 가까운 환경에서도 초전도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물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초수소화물은 수소 함량이 매우 높은 화합물로, 란타넘과 같은 금속 원자가 고밀도 수소 격자 안에 포함된 구조를 가진다. 이 물질은 행성 내부와 유사한 초고압 환경에서 독특한 전자 특성을 나타내며, 상온에 가까운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초수소화물 계열은 현재까지 보고된 초전도체 가운데 가장 높은 임계 전이 온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진은 다이아몬드 앤빌 셀(diamond anvil cell)을 이용해 시료를 두 개의 다이아몬드 사이에서 100만 기압 이상으로 압축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시료 크기가 극도로 작아 정밀한 측정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난제로 꼽혀 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렌츠 렌즈(Lenz lens)’라 불리는 미세 구조 전도성 링 소자의 활용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핵자기공명 분광법에 필요한 고주파 자기장을 극소 영역에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다이아몬드 앤빌 셀 내부의 극한 조건에서도 NMR 측정이 가능해졌다.

HZDR 드레스덴 고자기장 연구소(HLD)의 Florian Bärtl 박사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수십 마이크로미터 영역에 고주파장을 정확히 집중시켜야 했다”며 “렌츠 렌즈를 활용해 신호를 크게 증폭한 결과 초수소화물의 의미 있는 NMR 데이터를 최초로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측정은 초수소화물 내부 원자 구조와 전자 특성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해 초전도 메커니즘 이해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앞서 HLD의 펄스형 초고자기장 장비를 활용해 해당 물질의 전기 저항 특성도 분석했다. 초고자기장은 초전도 상태가 유지될 수 있는 최대 자기장 세기를 확인하는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초고압 환경 NMR 분석과 초고자기장 저항 측정을 결합해야만 초수소화물의 물리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 베이징 소재 고압과학기술연구센터(HPSTAR)와의 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Dmitrii Semenok 박사는 “HLD의 초고자기장 시설과 고주파 계측 기술 전문성이 이번 연구 성공의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수소 기반 초전도체의 작동 원리를 보다 정밀하게 규명해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차세대 소재 개발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