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원자로 검증 나선 물리학자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면, 이번 연구는 꽤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다. 물리학자들이 아주 작은 수소 원자 안에서 ‘웜홀’의 흔적을 찾으려는 실험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실제 최첨단 이론물리학의 한가운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바로 물리학계의 가장 대담한 가설 가운데 하나인 ‘ER=EPR’ 이론이 초정밀 수소 원자 실험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된 연구는, 양자 얽힘(entanglement)과 웜홀(wormhole)이 실제로 연결되어 있다면 수소 원자의 성질이 미세하게 달라져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까지의 실험 결과에서는 그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이를 통해 해당 가설에 강력한 제약 조건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의 배경에는 1935년 Albert Einstein이 발표한 두 개의 유명한 논문이 있다. 하나는 양자 얽힘 현상을 설명한 EPR 역설(Einstein-Podolsky-Rosen paradox), 다른 하나는 시공간을 연결하는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 즉 웜홀 개념이다. 이후 2013년 Juan Maldacena와 Leonard Susskind는 “ER=EPR”이라는 대담한 가설을 제안했다. 이는 서로 얽힌 입자들이 보이지 않는 양자 웜홀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정밀하게 연구된 원자인 수소를 실험 대상으로 선택했다. 수소 원자는 전자와 양성자 하나씩으로 구성되며, 이들의 에너지 준위는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정확하게 측정된 값 가운데 하나다. 특히 연구팀은 전자와 양성자의 스핀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초미세 구조(hyperfine structure)’ 변화에 집중했다.  

연구 가설에 따르면, 만약 얽힌 입자 사이에 실제 양자 웜홀이 존재한다면 전자의 전기장 일부가 웜홀 내부로 새어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외부 관측자에게는 전자의 전하가 약해진 것처럼 보이며, 결과적으로 수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가 기존 이론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얽힘이 강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를 비교해 이 차이를 탐지하려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초정밀 측정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연구진은 수소 원자가 전기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중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초미세 구조 역시 기존 양자전기역학(QED) 예측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ER=EPR 효과가 존재하더라도 기존 예상보다 최소 수백만~수십억 배는 더 약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번 결과가 ER=EPR 가설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양자 얽힘이 곧 웜홀”이라는 아이디어가 실제 자연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해 훨씬 더 엄격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향후 세슘, 루비듐, 칼륨 같은 더 무거운 원자와 양자 중력 실험을 통해 추가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이론물리학계에서는 웜홀 개념 자체를 재해석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웜홀이 우주 여행 통로라기보다, 시간의 방향성과 양자 중력을 연결하는 수학적 구조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