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섬유를 벗어난 양자통신 새 이정표 달성
미국이 광섬유에 의존하던 양자통신 네트워크를 대기 중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대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BNL) 연구진이 21km 떨어진 두 기관 사이에서 양자정보를 담은 광자를 공기 중으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실험은 미국에서 기관 간 자유공간 광학(Free-Space Optical·FSO) 방식으로 양자정보를 전송한 첫 사례다. 연구진은 이미 롱아일랜드와 뉴욕 일대 여러 기관을 연결하는 약 259km 규모의 양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번 실험은 이 네트워크를 광섬유 밖으로 확장하기 위한 핵심 단계로 평가된다.
21km 떨어진 두 연구기관을 ‘빛’으로 연결하다
서로 떨어진 양자컴퓨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실험은 8월 21일 진행됐다. 스토니브룩대 보건과학센터 옥상에 설치된 ‘퀀텀 워치타워(Quantum Watchtower)’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극소수의 광자로 구성된 양자 상태를 생성했다.
광자는 직경 약 5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광섬유에서 빠져나온 뒤 대기 중을 통과해 약 13마일, 21km 떨어진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의 ‘퀀텀 라이트하우스(Quantum Lighthouse)’에 도달했다. 수신 측에서는 초고속 카메라와 광학 장비를 이용해 도착한 광자를 검출했다.
일반적인 통신에서는 전기신호나 광신호를 케이블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양자정보는 훨씬 까다롭다. 양자 상태는 외부 환경에 민감하고 대기 중 난류나 빛의 산란, 배경광 등에 의해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실험의 진짜 기술적 난제는 단순히 레이저 빛을 21km 날리는 데 있지 않았다. 극도로 미세한 광학 신호를 정확하게 조준하고, 대기의 흔들림을 보정하면서도 광자가 지닌 양자정보를 유지해야 했다.
‘양자 무선통신’의 핵심은 얽힘
연구진은 주간 실험에서 양자 상태를 가진 광자를 전송한 데 이어 야간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스토니브룩대 물리학 연구실에서 생성한 얽힌 광자쌍을 광섬유를 통해 퀀텀 워치타워로 보낸 뒤 새롭게 구축한 자유공간 광학 링크를 통해 브룩헤이븐의 퀀텀 라이트하우스로 전달하고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8월 19일에도 브룩헤이븐에서 스토니브룩발 얽힌 광자의 신호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양자얽힘은 두 입자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양자상태로 연결되는 현상이다.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입자의 상태와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이 특성은 단순한 ‘빠른 통신’과는 다른 양자 네트워크의 핵심 기술이다. 향후 양자암호통신, 고정밀 양자센서, 서로 떨어진 양자컴퓨터를 연결하는 분산형 양자컴퓨팅 시스템의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번 FSO 링크가 기존 광섬유 네트워크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파장의 광자를 활용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다.
스토니브룩대 양자연구소장 에덴 피게로아 교수는 기존 장거리 광섬유 네트워크가 주로 통신용 파장에 의존하는 반면, 새로운 무선 양자 링크에서는 양자 프로세서와 관련 기술에 적합한 적외선 파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장거리에서 원자 기반 양자 시스템을 직접 연결하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왜 ‘광섬유 없는 양자 네트워크’가 중요한가
현재 양자통신 연구의 가장 큰 병목 가운데 하나는 거리다.
광섬유를 이용하면 양자정보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만 거리가 길어질수록 광자 손실이 누적된다. 또한 상용 통신망은 특정 통신 파장에 최적화돼 있어 다양한 양자 장치와 직접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자유공간 광학 방식은 물리적 케이블 없이 빛을 직접 쏘아 보내기 때문에 지상 네트워크의 지리적 제약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건물과 건물 사이, 도시와 도시 사이뿐 아니라 지상에서 위성으로 양자신호를 보내는 데 중요한 기술이 될 수 있다.
다만 ‘무선’이라는 표현 때문에 와이파이와 같은 일반적인 무선통신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이번 기술은 전파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밀하게 제어된 광자를 대기 중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이 천문학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자통신에 ‘천체망원경’ 기술을 가져오다
브룩헤이븐 연구진은 천문학 프로젝트에서 망원경과 정밀 광학 시스템을 개발해온 경험을 양자 네트워크 구축에 접목했다.
천문학에서 먼 별이나 천체에서 오는 극도로 미약한 빛을 정확하게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은 수십km 떨어진 곳에서 극소수의 광자를 정확하게 주고받아야 하는 양자통신에도 그대로 연결될 수 있다.
문제는 지구 대기가 우주 공간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다. 대기 난류는 빛의 진행 경로를 미세하게 흔들고 광학 신호를 왜곡한다. 양자정보를 담은 광자에서는 이러한 작은 변화도 치명적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브룩헤이븐과 스토니브룩 양쪽 옥상에 양자실험에 최적화된 특수 시설을 구축하고 광학장비, 제어 시스템, 통신장비, 양자광원과 검출기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통합했다.
결국 이번 실험은 ‘레이저를 쏘는 기술’이 아니라 21km 떨어진 두 개의 양자 실험실을 하나의 거대한 광학 시스템처럼 작동시키는 기술에 가깝다.
다음 목표는 롱아일랜드 해협과 위성
브룩헤이븐과 스토니브룩 사이의 21km 링크는 최종 목표가 아니다.
연구진은 이미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의 예일대에 세 번째 FSO 시설을 구축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스토니브룩과 예일대를 연결해 롱아일랜드 해협을 가로질러 약 48km 거리에서 얽힌 광자를 전송하는 실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연결이 완성되면 하나의 도시권 안에서 광섬유와 자유공간 광학 링크가 결합된 복합 양자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더 큰 목표는 지상 네트워크와 우주를 연결하는 것이다.
브룩헤이븐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지상에서 대기를 통과해 궤도상의 위성까지 양자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위성을 양자 네트워크의 노드로 활용할 경우 지상 광섬유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이나 오지까지 양자통신을 확장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양자 인터넷의 지리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양자 네트워크 경쟁, ‘컴퓨터’에서 ‘연결’로
이번 성과의 의미는 개별 양자컴퓨터의 성능 경쟁을 넘어선다.
양자컴퓨팅이 실제 산업과 과학연구에 활용되려면 하나의 거대한 양자컴퓨터에 모든 기능을 집중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양자컴퓨터와 양자메모리, 센서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하나의 분산형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것이 차세대 목표다.
스토니브룩대와 브룩헤이븐이 구축해온 네트워크 역시 이러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현재 양자 얽힘을 활용하는 네트워크는 여러 기관과 노드를 연결하고 있으며, 스토니브룩대는 브룩헤이븐·예일대·컬럼비아대 등과 연계한 10노드 규모의 SCY-QNet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양자 경쟁에서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가장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어디에 있는가’에서 ‘서로 다른 양자컴퓨터를 얼마나 멀리,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양자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각 지역의 양자 프로세서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고, 특정 계산을 여러 시스템에 분산하거나 양자센서 데이터를 공동으로 처리하는 새로운 컴퓨팅 구조가 가능해진다.




![[기획] 美해군 오르카·안두릴 고스트 샤크…AI 무인잠수정 전력화 한눈에](http://scimonitors.com/wp-content/uploads/2026/10/gost-218x150.jpg)



![[단독] “올해 초 착공” 퓨리오사AI 칩 공급 스톡홀름 데이터센터 실체는?](http://scimonitors.com/wp-content/uploads/2026/09/veloxbd-218x150.jpg)



![[분석] 퓨리오사AI 스웨덴 AI 데이터센터 칩 공급?… ‘전력망·자본’ 없는 신기루](http://scimonitors.com/wp-content/uploads/2026/10/velox-dci-218x150.jpg)






![[노벨경제학상 2026] 로버트 홀·마이클 우드포드 공동 수상…경제 위기에 새 시선](http://scimonitors.com/wp-content/uploads/2026/10/NOBEL-ECO-218x150.jpg)
![[종합] 2026 노벨 평화상에 남아공 출신 국제법학자 나비 필레이 선정](http://scimonitors.com/wp-content/uploads/2026/10/peace-218x150.jpg)
![[종합] “고전과 현대, 시와 산문의 경계를 허물다” 2026 노벨 문학상에 캐나다 시인 앤 카슨](http://scimonitors.com/wp-content/uploads/2026/10/Anne-Carson-218x15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