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앞세워 정부 구매 압박…AI반도체 시장 경쟁 자신 없나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최근 열린 국회포럼에서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칩을 사달라”고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구, 당국이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가 엔비디아 최신 GPU 26만 장을 도입해 글로벌 3위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한데 대해, 이들 스타트업이 곧바로 “국산 NPU도 26만 장 사달라”고 요구하고 나선것.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메타 간 TPU 협상이 본격화한 가운데 엔비디아와 구글 간 GPU·TPU 성능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구글 TPU, 엔비디아 GPU가 입증된 성능으로 시장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국산 NPU가 이에 맞설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잠재 구매자 뿐만 아니라 업계 내부에서도 확신이 부족하다.

정부 지원에 취한 AI 반도체 생태계, 시장은 뒷전… 내부에서 터져 나온 씁쓸한 증언

국내 NPU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엔지니어 A씨의 증언은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A씨가 말한 회사를 떠난 이유는 단순했다. “회사의 성장이 직원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없었다”는 것.

그가 묘사한 AI스타트업 현실은 왜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에서 국산 AI 반도체 50% 의무 장착 규정이 두 차례나 유찰된 끝에 폐지에 이르게 된 것인지를 설명한다.

“고객지원은 부실, 기본적인 책임조차 회피”

A씨는 업계를 대표해온 엔비디아 CUDA 생태계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근무했던 AI스타트업이 기본적인 API·SDK·기술지원조차 충실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결국 고객은 PoC 이후 실제 서비스 구축 단계에서 필수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고군분투하게 된다는 현실을 설명했다.

“양산 보다 소규모 PoC로 기업가치 부풀리기만 혈안”

그가 내부에서 본 AI 스타트업들은 NPU칩 개발에만 사활을 걸었지 이후 대량 양산, 품질 관리, 고객 환경 검증 같은 필수 과정엔 무관심했고, 아직 그 단계에 조차 이르지 못한 역량 미달 현실을 반영한다. 오히려 단기 실적을 만들기 쉬운 PoC 중심으로 움직이며 시장 평가액 부풀리기에만 몰두해 왔다는 지적이다.

“단기적 엑시트가 목표처럼 보였다”

A씨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회사를 키워 흑자도 내자”는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빨리 기업가치를 높여 부자가 되자”는 단기적인 ‘엑시트(Exit)’ 목표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업체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한다고 해고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한 시점에 과연 공모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는 뼈아픈 지적도 털어놨다.

시장에 선택받기 위한 ‘기술 경쟁력’ 강화보다 회사 매각 또는 IPO 목적 ‘벨류에이션’ 거품만 키우는데 혈안인 업계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것.

경쟁없이 ‘국산’ 명분 언제까지

이들 스타트업이 엔비디아 최신 GPU 구매량에 해당하는 NPU 26만 장 정부 구매를 요구한 것은 시장 경쟁력이 없어 판로가 없는 현실을 외면하고 ‘손쉬운’ 매출을 만들려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 시장은 이미 국산 NPU에 냉정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에서 국산 AI 반도체 50% 의무 장착 규정이 두 차례나 유찰된 끝에 폐지된 것이다. 의무 규정은 결국 ‘국산화 노력’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대체됐다. 정부가 의무로 밀어붙여도 경쟁력 있는 기술력과 도입 편의성, 운용 효율성 등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명확한 신호다.

해외 기업들은 입증된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구글은 내부용으로만 쓰던 TPU를 메타와 협의하며 본격적인 외부 판매를 준비하고, 메타·MS·아마존 등도 자체 칩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국내 스타트업의 사정은 좋지 않다. ‘메타 매각 거절’했다던 업체의 해외 투자 유치 및 해외 상장 시도까지는 좋다. 설립 8년차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외면한채 정부 지원에 의존하려는 것은 모순이다. 경쟁력이 없는데 “국산이니까 사라”는 요구는 결국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 잘못된 지원은 국민 부담 및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뿐이다.

정부 그늘 벗어나 치열한 경쟁으로 성능 우위 입증 할때

AI칩, 나아가 양자 칩 등 신기술 개발은 필요한 일이다. GPU 중심 인프라 구축 이후에도 NPU는 추론·엣지·피지컬 AI 등 분야에서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육성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역할은 특정 기업의 제품을 대량 구매해주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IP·설계도구 접근성 개선, 대규모 자금 조달 한계 완화, 단기 실증사업의 구조적 개선 등 산업 전반의 기반을 강화해 왔다. AI칩 스타트업은 사실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특혜에 가까운 지원를 받았다. 지원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건 수 천억 단위 투자를 유치하고 “돈은 넘쳐난다”던 업계가 더 잘안다.

‘국산’ 명분이 시장성과 기술력에 먼저일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이는 곧 국가 경쟁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매자에 제대로된 기술 지원도 없어 사용성이 떨어지고,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상용성 검증도 거치지 않은데다, 시장 경쟁력 없는 NPU칩을 “국산이니 정부가 사줘야 한다”는 요구는 무리다. 국내 AI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길이 아니라 망치는 길이다.

이미 막대한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를 받고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선 상황이라면, 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AI 업체 퓨리오사AI는 최근 1700억 원 투자 유치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 4000억 원대 추가 자금조달을 모색하고 있다. 리벨리온 역시 기업가치 1조9000억 원을 돌파했다.

해당 업체는 메타 인수제의 거절했다고 했다. 최근 구글TPU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 메타 제의를 거절까지 하고 구차하게 정부 구매를 구걸할 이유가 있는가. 미국 시민권자 대표 스타트업이지만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민간 투자 포함 1700억원이 투입된 8년차 업체다. 이제 정치권을 앞세워 정부에 칩 구매를 구걸하기 보다 시장 매출로 그 존재 이유를 입증할 때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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