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POSOS 등 후속 물질로 ‘상온·상압’ 입증 사활

‘초혁신경제’ 프로젝트 선정… 5년 내 시제품 개발 목표

초전도체 기술이 전 세계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 전력 손실 없는 송전,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그리고 양자 컴퓨터의 대중화를 가능케 할 이 기술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 보고서와 한국의 공격적인 연구 행보를 종합하면, 초전도체 시장은 향후 10년 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다.

팽창하는 글로벌 시장: MRI에서 핵융합까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Fortune Business Insights 및 BCC Research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초전도체 시장은 2025년 약 9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약 164억 달러(한화 약 22조 원)로 연평균 11.8%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저온 초전도체(LTS) 기반의 의료용 MRI 장비와 연구용 가속기다. 그러나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에 대한 전 지구적 요구가 커지면서 고온 초전도체(HTS) 케이블과 무손실 송전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추진 중인 핵융합 에너지 프로젝트와 전기차(EV)용 고효율 모터 시장의 확장은 초전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 ‘상온 초전도체’ 도전: 논란을 넘어 실증으로

시장의 기대감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지점은 역시 ‘상온·상압 초전도체’의 실현 가능성이다. 2023년 세계를 뒤흔든 ‘LK-99’ 사태 이후, 한국 연구진은 한 단계 진화한 후속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은 2024년 미국물리학회(APS)에서 기존 물질에 황(S)을 추가한 ‘PCPOSOS’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이 물질이 상온과 상압 환경에서 초전도체의 핵심 특성인 ‘제로 저항’과 ‘마이스너 효과(자기장 배척)’를 재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6년 현재, 학계의 회의론 속에서도 연구진은 더 높은 순도의 샘플(PCPOSOS-26 등)을 확보하고 국제 학술지 등재와 공개 시연을 준비하며 데이터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전폭적 지원: ‘초혁신경제’ 핵심 축

민간의 도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도 초전도체를 국가 전략 기술의 핵심으로 격상시켰다. 정부는 최근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의 하나로 초전도체 과제를 최종 확정했다.

  • 기술 자립화: 2035년까지 초전도체 기술 자립을 목표로, 향후 5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실용화 프로토타입 개발에 착수한다.
  • 인프라 구축: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를 중심으로 16테슬라급 고자장 초전도 도체 시험시설을 구축 중이며, 2026년 6월 시험동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는 상온 초전도체 후보 물질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검증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 국제 협력: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차세대 초전도 선재 제조 기술 확보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표준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전도체 시장은 이제 막대한 비용이 드는 냉각 시스템을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의 상온 초전도체 연구가 최종적으로 성공한다면, 이는 단순히 학술적 성과를 넘어 수백 조 원 규모의 에너지 및 운송 시장을 단숨에 독점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다.
전문가들은 “현재 초전도체 시장은 기존 저온 초전도체의 안정적인 수요 기반 위에 상온 초전도체라는 혁신적 변수가 더해진 상태”라며, “한국이 시제품 개발과 검증 시설 구축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결국, 2026년은 한국 초전도체 기술이 ‘논란의 소재’에서 ‘국가 핵심 전략 소재’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이제 연구진의 입이 아닌, 실험실 밖에서 증명될 실질적인 데이터와 시제품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