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완벽한 커피 한 잔’의 기준은 다르다. 블랙으로 마시든, 우유를 조금 넣든, 달콤하게 즐기든 결국 중요한 건 각자의 취향이다. 그렇다면 이 다양한 풍미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공통된 원리가 있을까?
최근 영국 로열 소사이어티(Royal Society) 학술지 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그 해답의 일부는 ‘퍽(puck)’의 투과성에 있다. 퍽은 에스프레소 추출 시 고운 커피 가루를 단단히 눌러 만든 층으로, 고압의 물이 이 층을 통과하며 커피가 추출된다.
사실 훌륭한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과정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바리스타는 커피 원두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분쇄 굵기와 압축 정도를 끊임없이 조절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바로 ‘유량(Flow rate)’이다. 이는 일정 시간 동안 퍽을 통과하는 물의 양을 의미하며, 물이 커피 가루와 얼마나 오래 접촉하는지를 결정해 최종적인 맛에 큰 영향을 준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감각적 영역에 과학적 기준을 제시하고자 했다. 연구진은 기존에 분쇄도와 압축 조건에 따른 투과성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일반적인 모델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커피 퍽을 미시적인 수준에서 분석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르완다의 ‘툼바(Tumba)’와 콜롬비아의 ‘과야칸(Guayacán)’ 두 가지 원두를 11단계로 나누어 매우 고운 입자부터 굵은 입자까지 다양하게 분쇄했다. 이후 이를 작은 관에 담고 X선 마이크로 단층촬영 기술을 이용해 내부 구조를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입자 사이의 미세한 통로와 빈 공간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이어 연구진은 이 3D 구조를 바탕으로 물의 흐름을 시뮬레이션해, 물이 잘 흐르는 경로와 막히는 지점을 분석했다. 여기서 핵심적으로 활용된 이론은 퍼콜레이션 이론이다. 이 이론은 액체가 연결된 공간(공극)을 통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설명하며, 실제로 물이 통과할 수 있는 ‘연결된 경로’의 비율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모든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연구진은 커피 퍽의 투과성이 ▲연결된 공극의 양 ▲입자의 총 표면적 ▲평균 입자 크기 ▲압축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새로운 방정식을 도출했다. 그리고 이 투과성이 물과 커피의 접촉 시간을 좌우하며, 결국 한 잔의 커피에 담기는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만 연구진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물과 접촉한 후 커피 입자가 팽창하는 현상은 투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당장 바리스타의 작업 방식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분쇄도와 압축이 추출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아가 다양한 원두에 맞춰 자동으로 조건을 조절하는 스마트 커피 머신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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