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강신철 국방…신임 장관 후보자들 ‘해명’이 남긴 질문들
9월 15~16일 이틀간 이어진 이재명 정부 2기 개각 인사청문회는 속시원한 검증보다는 의혹을 키웠다. 다섯 명의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 섰지만, 이들이 내놓은 답변 상당수는 회피성 변명에 가까웠다. 일부 후보자는 맥락없는 눈물로 감정 호소를 시도하다 야당 의원들에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각 후보자 별로 김승원 개인·가족 의혹과 법무정책 논쟁, 이형일 경제정책과 재산형성, 이소영 전문성과 현장경험, 강신철 국방개혁·전작권·계엄·부동산, 홍지선 주택공급·토지거래허가제·부동산 보유가 핵심이었다.
특히 논란이 된 김승원 후보자의 경우 정치권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16일 민주당은 김승원 후보자에 대해 “낙마 사유가 없다”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부적격 후보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하에서는 청문회에서 실제로 제기된 의혹과 해명 및 답변의 사실관계를 통해 관련 쟁점을 정리한다.
김승원 “절차에 관한 내용이었다” — 전화는 왜 처장에게?
가장 뜨거웠던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의 핵심은 단순하다. 김승원 후보자가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이를 “절차에 지연되는 불공정이 있으니 그 지연이 맞는지 확인해 보시고, 살펴봐 달라 절차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월 12일 딱 한 번 전화하고, 그다음에 살피거나 한 것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출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될 인물이 규제기관장에게 사적으로 전화를 걸어 특정 기업의 심사 지연 여부를 “살펴봐 달라”고 요청한 행위를, 과연 ‘절차 문의’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청탁과 절차 확인 사이의 경계는 스스로 규정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치료제의 동물실험 자료 문제를 묻는 질의에 그가 내놓은 답이었다. “저는 문과입니다. 그 치료제에 대한 성능이라는 것은 제가 알 수가 없고요.” 이 발언은 청문회장의 ‘명장면’으로 회자됐지만, 뒤집어보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왜 규제당국에 전화를 걸었는지에 대한 답은 되지 못한다. 성능을 몰랐다면, 무엇을 근거로 ‘지연’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문의했는가는 여전히 해명되지 않은 채 남았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검찰의 수사권·공소권 행사를 지휘하게 될 인물이, 정작 자신에 대한 수사자료 유출 논란에는 “불법 유출”이라는 여당의 방어 논리 뒤에 서 있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검증의 주체가 검증의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는 구도는, 법무행정의 수장 후보자에게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15일 청문회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의 배우자 A 음성 녹취를 직접 공개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녹음 속에서 수원시 한국아동발달 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배우자는 2023년 4월 주간활동서비스 바우처 사용기관 심사 당시 “소방 점검에서 퇴짜를 맞아 440만원을 들여 뜯어고쳤다”며 심사 일정이 맞지 않았다고 말한 뒤, “그런데 시청 복지과 팀장님이 저희 기관 꼭 하라고 그 기간도 딜레이시켜주시고 편의를 되게 많이 봐주셨다”, “저희 기관이 소방점검이 제일 늦었는데 그것도 다 기다려주시더라”고 언급했다.
주 의원은 이를 “배우자가 자신의 입으로 수원시청 특혜를 실토한 음성”이라 규정하며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면 다른 기관이 지정됐을 것”, “국회의원의 배우자가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가 그동안 배우자와 자신이 협동조합 심사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해 온 것과 녹취 내용이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아들이 해당 기관에 채용된 경위를 두고 “부모가 없어지면 아이들을 맡길 사람이 아들”이라던 김 후보자의 눈물 섞인 해명이 나온 직후 공개된 녹취라, “절차에 관한 내용이었다”던 기존 방어 논리 전체의 신빙성을 정면으로 흔드는 장면이 됐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공세적인 발언들로 주목받았다. 그는 김승원 후보자의 검찰 수사·구형 과정에 대해 “숨기는 사람이 범인이다, 지금 계속 숨기고 있다”고 몰아붙이며 구체적 양형 기준표까지 제시(“경제공동체 인정하면 기본 영역만으로도 9년에서 12년”)해 수사 무마·치료제 승인 특혜 의혹을 파고들었고, 김 후보자가 협동조합 특혜 의혹을 해명하다 눈물을 보이자 “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 재선 국회의원, 법무부 장관 후보 정도 되는 분이 그만한 일로 눈물을 보이면 국민들은 매일 대성통곡하며 살아야 한다”며 “갱년기세요?”라고 되받았다. 감정적 호소에 기대기보다 구체적 수치와 절차적 허점을 짚어낸 이 발언들에 “통쾌했다…핵심을 찌른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청문회 막판, 김 의원은 김 후보자를 부정 청탁, 주가조작, 음주운전, 세금 체납, 위장 전입, 배우자 급여 쪼개기 등 다방면의 의혹 리스트를 조목조목 나열하며 몰아붙였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나 자기 자신이라도 독약이 아니라 해도 이거 먹이지는 않았을 거다. 모르고 아무데나 청탁하는 거, 모르는데 청탁을 왜 하는가. 그러니 부정청탁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김승원 후보자의 ‘절차 문의였다’는 해명 논리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이어 제넨셀에 대규모 투자한 기업이 대북송금 의혹과도 연루돼 있다는 점을 짚으며 “부정한 청탁, 주가조작, 나아가 대북송금 관여설까지 나오는데 이 의혹을 해소하려면 제대로 된 증거가 제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브로커 양수진 씨와 20년 지기라는 점을 “대장동·쌍방울 사건의 경제공동체 논리”에 빗대며 “경제공동체로 엮이면 형량이 9년에서 12년까지 달라진다”고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증인도 없고 자료도 없고, 자료는 사전에 민주당 의원들에게만 먼저 제출됐다”며 청문회 절차 자체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아 사퇴를 촉구하는 것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낱개의 의혹 제기에 그치지 않고 리스트업과 수치 제시로 압박 강도를 끝까지 유지했다.
이형일 “투기 목적 아니었다”는 익숙한 해명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인 이형일 후보자는 부동산 보유와 금융투자 이력에 대해 “투기 목적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문제는 이 표현이 지난 여러 정부의 경제 관료 청문회에서 거의 예외 없이 반복돼 온 상투구라는 점이다.
경제부총리는 부동산·금융시장의 규칙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자리다. 정책 신뢰성은 후보자 본인이 그 규칙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와 직결된다. “목적이 아니었다”는 주관적 해명이 반복되는 동안, 정작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경기 회복의 성과를 민생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원론적 방향 제시가, 본인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구체적 소명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소영 “현장을 생각하겠다” — 방향은 맞지만 내용은 비어 있다
이소영 후보자는 환경·법률 분야 경력이 중소기업·소상공인 현장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를 집중 추궁받았다. 그의 답은 “먼저 현장을 생각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발언은 방향성으로는 흠잡기 어렵다. 그러나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과거 입장, 규제 정책에 대한 견해를 구체적으로 묻는 질의에 원론적 다짐으로 답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현장을 생각하겠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현장을 생각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노동 규제와 산업 현장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어느 쪽에 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좌표였다.
강신철 “보완해야 될 부분이 보인다”는 모호함의 정치
국방부 장관 후보자 강신철은 “승리하는 국군“을 목표로 내걸며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던진 핵심 메시지들은 대체로 결론을 유예하는 화법이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조건과 여건이 상당 부분 마련됐다”면서도 정작 시점과 세부 조건은 “한미 간 협의와 군사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조건이 마련됐다는 진단과, 그럼에도 결정은 미루겠다는 태도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사관학교 통합 문제에서는 “보완해야 될 부분이 보인다“, “완전한 것이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기존 계획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방향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정작 무엇이 불완전하고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에 머물렀다. 국방 수장 후보자로서 신중함은 미덕일 수 있지만, 신중함과 결정 회피는 다른 문제다. 청문회는 애매한 원칙론이 아니라 구체적 판단 기준을 확인하는 자리여야 했다.
강 후보자를 둘러싼 실질 쟁점은 국방 정책보다 일가족 부동산 의혹에 쏠렸다. 본인·부친·형·고모 등 일가족 4명이 서울 구로구 천왕동 주택 철거민 보상 대상자로 인정받아 이후 서초 아파트를 ‘철거민 특별공급’으로 수(受) 분양, 야권은 본인·부친·형 3명의 장부상 이익만 32억 원에 달한다며 ‘조직적 투기’로 규정했다.
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이를 “국가로부터 받은 정당한 보상”이라며 절차상 불법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라크 파병 기간 배우자가 친정(천왕동)에서 지냈을 뿐이라는 해명은 위장전입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1996년생 장남이 올해 6월 분당 양지마을 상가를 7억여 원에 매입한 사실이 재산신고에서 누락된 정황까지 겹쳤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자만 월 192만원 나가고 월세는 120만원으로 매달 60만원씩 손해나는 투자를 사회생활 1년 된 아들이 하는데 부모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재건축 조합원 지위 승계를 노린 ‘이모부 찬스’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강 후보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부모로서 잘 살피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50만 대군을 지휘할 국방 수장이 정작 자기 가족의 자산 흐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전작권 전환이나 사관학교 통합 같은 정책 소신보다 오히려 그의 관리 역량에 의혹을 남겼다.
홍지선 “시장이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는 언제인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은 “공공과 민간의 역량을 총동원해 국민이 원하는 곳에 시장이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 주택공급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시점’이 언제인지, 그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공급 확대라는 방향은 명확했지만, 목표치와 시한이 빠진 선언은 정책이라기보다 다짐에 가깝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해서도 일괄 연장도, 해제도 약속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규제 완급을 상황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설명 자체는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후보자 본인의 주택 매입·전세 거주 이력이 함께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이 유보적 태도가 정책적 신중함인지, 이해관계에 따른 회피인지는 국민이 판단하기 어려운 채로 남았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주택 정책 검증 외에 병역 자료 제출 거부 건에서도 불거졌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실이 병무청에 병적 관련 10개 항목 자료를 요구했지만, 제출된 것은 병적증명서 1장뿐이었고 병무청은 “후보자가 개인정보 제공에 부동의했다”고 회신했다. 증명서에 따르면 홍 후보자는 1991년 8월 해군에 입영해 1993년 2월 소집해제됐다.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당시 해군 현역 복무기간(32개월)보다 짧았다. 방위병으로 복무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방위 처분을 받은 사유나 신체등위 4급 판정의 구체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홍 후보자 측은 “법령에 따라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아 정상적으로 복무를 마쳤다”며 “4급 판정 사유는 병무청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해명을 시도했다. 병적기록표 등 상세 자료 없이 병적증명서 한 장만으로 의혹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무위원 후보자 본인이 개인정보 비동의를 이유로 핵심 자료 제출 자체를 막아선 셈이다. 정책 검증 이전에 인사청문 제도의 실효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비겁한 행위라는 평가다.
검증과 방어의 언어
이번 청문회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후보자들의 답변이 대체로 구체적 사실관계보다 원론적 다짐과 절차적 해명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김승원의 “절차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형일의 “투기 목적이 아니었다”, 이소영의 “현장을 생각하겠다”, 강신철의 “보완해야 될 부분이 보인다”, 홍지선의 “시장이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는 모두 듣기에는 매끄럽지만, 뜯어보면 구체적인 기준이나 근거를 남기지 않는 방어적 화법이라는 공통 구조를 갖는다.
여당은 대체로 이러한 답변으로 의혹이 해소됐다고 평가하고, 야당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 평가가 갈리는 지점 자체가, 이번 청문회가 명확한 사실 확인보다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넓게 남긴 채 끝났음을 보여준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과 임명 절차를 앞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아니라 후보자 본인의 구체적 소명이 다시 요구되는 이유다.
편집장/ Editor-in-Chief
국가 안보 정책과 연계된 과학기술 분야 혁신 등 영향력 있는 분석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핵심 과학기술 연구, 글로벌 안보, 지정학, 해양 전략을 주제로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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