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아닌 ‘초고밀도 수소’가 붉은색 형상으로

‘별’처럼 보이지만 에너지원은 초대질량 블랙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빅뱅 직후의 우주에서 기존의 별이나 은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천체를 포착했다. 태양계와 비슷한 규모의 거대한 가스 구름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태양 질량의 약 10만 배에 달하는 블랙홀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이 새로운 형태의 천체를 ‘블랙홀 별(Black Hole Star, BH*)’이라고 부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여러 연구기관의 천문학자들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이 천체의 이름은 ‘MoM-BH*-1’이다. 관측 당시 우주의 나이는 빅뱅 이후 약 6억6000만 년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천체의 적색편이는 약 7.76으로,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먼 블랙홀 별 후보 가운데 하나다. 네이처(nature) 저널에 게재된 연구 결과는 초기 우주에서 초대질량 블랙홀이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할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발견이 주목받는 이유는 천체가 보여주는 성질이 기존의 별과 블랙홀의 경계를 동시에 넘나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별처럼 매우 조밀한 가스의 ‘표면’을 가진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 에너지원은 별 내부의 핵융합이 아니라 물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일 가능성이 높다. 즉 겉모습은 거대한 별이지만 중심 엔진은 블랙홀인 셈이다.

연구를 이끈 MIT 카블리 천체물리학·우주연구소의 로한 나이두 연구진은 이 천체가 태양 질량의 약 10만 배에 이르는 블랙홀과 그 주변을 둘러싼 극도로 밀도 높은 수소 가스층으로 구성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가스층은 태양계 규모에 이를 정도로 넓게 퍼져 있으며, 중심 블랙홀에서 발생한 강력한 복사 에너지를 흡수하고 다시 방출하면서 마치 거대한 별과 같은 스펙트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MoM-BH*-1의 밝기는 기존 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다. 연구진의 모델에 따르면 이 천체의 에너지 방출 규모는 일반적인 별이 핵융합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이런 극단적인 광도는 블랙홀 주변으로 물질이 떨어질 때 발생하는 강착에너지로 설명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붉은 점’에서 시작된 우주의 미스터리

이번 발견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이른바 ‘작은 붉은 점(Little Red Dots·LRDs)’이라는 수수께끼와 직접 연결된다.

제임스웹은 2022년 과학 관측을 시작한 이후 초기 우주에서 작고 매우 붉은 천체들을 대거 발견했다. 이들은 크기가 매우 작으면서도 밝고, 일부는 매우 넓은 수소 방출선을 나타내는 등 기존 은하와 블랙홀 모델로는 모든 특성을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웠다.

LRD의 정체를 둘러싸고는 별이 집중적으로 형성되는 젊은 은하라는 설명부터, 먼지에 가려진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는 설명까지 여러 가설이 제시돼 왔다. 최근에는 블랙홀 주변을 고밀도 가스가 둘러싸는 ‘블랙홀 별’ 모델이 이들의 공통된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로 2026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JWST 관측 자료를 이용해 약 1000개의 영역에서 241개의 ‘BH*-지배’ 후보를 선별하는 연구도 진행됐다.

NASA 역시 2026년 6월 발표한 연구에서 LRD 가운데 하나인 GLIMPSE-17775의 매우 깊은 스펙트럼을 분석해 고밀도 가스에 둘러싸인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는 ‘블랙홀 별’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여러 분광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40개가 넘는 분광선이 확인됐으며, 각각의 특징이 고밀도 가스층으로 둘러싸인 블랙홀 모델과 양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먼지가 아니라 ‘초고밀도 수소’가 붉은색을 만들었다

MoM-BH*-1이 처음 주목받은 것은 유난히 붉고 밝았기 때문이다. 천문학에서 멀리 떨어진 천체가 붉게 보이는 가장 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먼지다. 먼지가 짧은 파장의 빛을 더 많이 흡수하면 천체는 상대적으로 붉게 보인다.

하지만 이번 천체에서는 단순한 먼지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성이 발견됐다. 특히 특정 파장 이하에서 빛이 급격하게 사라지는 매우 강한 ‘발머 단절(Balmer break)’이 관측됐다.

발머 단절은 별의 대기나 젊은 항성 집단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지만 MoM-BH*-1에서 관측된 단절은 일반적인 항성 집단으로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강했다.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수치에 따르면 MoM-BH*-1의 발머 단절은 일반적인 먼지 없는 항성 집단이 만들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극단적인 A형 별 집단을 가정해도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거대한 수소 가스층을 가정했다. 가스의 밀도가 매우 높으면 외부에서 관측되는 빛의 스펙트럼은 일반적인 성간가스 구름과 달리 마치 거대한 별의 표면에서 나오는 것처럼 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가스층이 단순히 빛을 가리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심 블랙홀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주변의 고밀도 가스에 의해 처리되면서 우리가 관측하는 빛의 색과 스펙트럼을 결정한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이 보고 있는 것은 블랙홀 자체가 아니라 ‘블랙홀+가스층’이라는 하나의 복합적인 천체 시스템에 가깝다.

‘별’처럼 보이지만 에너지원은 블랙홀

MoM-BH*-1의 가장 중요한 단서는 결국 에너지다.

별은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질량이 아무리 커져도 핵융합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에너지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반면 블랙홀 주변의 강착원반에서는 물질이 중력에 의해 빠르게 가속되고 압축되면서 막대한 중력에너지가 방출될 수 있다.

연구진은 바로 이 차이에 주목했다. 수소 가스만으로 천체의 붉은색과 강한 발머 단절을 재현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관측된 극단적인 밝기까지 설명하려면 별이 아닌 훨씬 강력한 에너지원이 필요했다.

그 후보가 중심의 블랙홀이었다.

연구진은 다양한 블랙홀 질량과 주변 가스 조건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비교해 JWST가 관측한 스펙트럼과 가장 잘 맞는 모델을 찾았다. 그 결과 중심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의 약 10만 배이고, 그 주변을 태양계 규모의 고밀도 수소 가스층이 둘러싸는 모델이 관측 결과를 가장 잘 재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해석이 맞다면 MoM-BH*-1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블랙홀을 가진 별’과는 전혀 다른 천체다. 별의 중심에 블랙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블랙홀의 강착 에너지가 주변의 거대한 가스층을 사실상 ‘별의 외피’처럼 보이게 만드는 구조에 가깝다.

초대질량 블랙홀 ‘유년기’였을까

이번 연구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천체 하나를 발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초기 우주에서 발견되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빅뱅 이후 불과 수억 년 만에 태양 질량의 수억~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작은 블랙홀이 별의 죽음을 통해 만들어진 뒤 짧은 시간 안에 수십억 태양질량까지 성장하는 과정은 초기 우주의 시간 제약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다.

‘블랙홀 별’은 이 과정에서 일종의 중간 단계를 제공할 수 있다. 고밀도 가스가 블랙홀을 둘러싸고 있으면 블랙홀은 주변 물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으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동시에 강력한 복사 에너지가 가스층을 변화시켜 우리가 관측하는 독특한 LRD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로 2026년 발표된 종합 연구에서는 LRD를 중심 블랙홀과 가스층으로 구성된 BH* 성분, 그리고 별이 형성되는 숙주 은하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연구진은 이런 모델이 LRD의 독특한 V자형 스펙트럼과 발머 단절, 광학·적외선 특성 등을 하나의 틀에서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블랙홀 별’이 실제로 독립적인 새로운 천체 유형으로 확립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현재의 BH*라는 명칭은 관측된 독특한 스펙트럼과 물리적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모델에 가깝고, 고밀도 가스에 둘러싸인 블랙홀의 구체적인 구조와 형성 과정은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특히 초대질량별(supermassive star)이 MoM-BH*-1과 같은 스펙트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대안적 모델도 제시되고 있다. 2026년 연구에서는 태양 질량의 10만 배 이상에 이르는 초대질량별이 팽창한 상태로 진화할 경우 LRD의 강한 발머 단절과 스펙트럼 특성을 재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따라서 향후 더 높은 해상도의 분광 관측과 장기간의 변광 관측이 중요하다. 블랙홀의 강착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적 변화, 가스의 운동, 특정 방출·흡수선의 구조 등을 더 정밀하게 측정하면 실제 에너지원이 무엇인지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Contact: navy@scimonitors.com | Linked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