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와 생명의 기원을 추적하는 10g 우주 물질

일본이 화성의 위성 포보스(Phobos)에서 직접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화성권 샘플 귀환에 도전한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화성 위성 탐사(MMX·Martian Moons eXploration)’ 임무는 2026회계연도 발사를 목표로 최종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MMX는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3 로켓으로 발사된 뒤 약 1년 동안 화성으로 이동한다. 화성권에 도착하면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관측하고, 포보스 주변의 준위성궤도(QSO)에서 약 3년간 탐사를 수행한다. 이후 포보스 표면에 착륙해 10g 이상의 표토 시료를 채취한 뒤 2030년 화성권을 출발해 약 1년간 지구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귀환 캡슐은 2031회계연도에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해 호주에서 회수될 예정이다.

이번 임무의 핵심은 단순히 화성의 위성을 관측하는 데 있지 않다. 지구에서 직접 분석할 수 있는 포보스 물질을 확보함으로써 화성의 두 위성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초기 태양계에서 물과 유기물 같은 생명에 필요한 물질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목표다.

포보스는 화성의 위성인가, 붙잡힌 소행성인가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기원은 오랫동안 행성과학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였다. 현재 가장 중요한 가설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거대 충돌 가설’이다. 초기 화성이 다른 천체와 충돌하면서 발생한 파편이 화성 주변에 남아 두 위성을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하나는 ‘포획 가설’이다.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원래 태양계 외곽에서 형성된 소행성이었으며 화성의 중력에 붙잡혔다는 시나리오다.

두 가설은 단순히 화성의 위성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넘어 태양계 전체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JAXA는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물질을 분석하면 초기 태양계에서 내행성과 외행성 영역 사이에 물질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포보스 표토에는 포보스 자체에서 유래한 물질뿐 아니라 화성 표면에서 날아온 물질도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 JAXA 연구진은 귀환한 시료에서 포보스 고유 물질과 화성에서 유입된 물질을 구분하는 작업 자체가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g’에 담긴 초기 태양계의 기록

MMX가 가져올 시료의 양은 최소 10g이다. 숫자만 보면 매우 적어 보이지만 행성과학에서는 상당한 양이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에서 약 5.4g의 시료를 가져온 것과 비교하면 MMX가 목표로 하는 양은 두 배에 가깝다. JAXA는 포보스 표면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물질을 채취해 표면뿐 아니라 지하 물질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MMX에는 두 종류의 샘플러가 탑재된다. 하나는 포보스 표면을 약 2cm 깊이까지 뚫어 시료를 확보하는 코어 샘플러이고, 다른 하나는 가압된 기체를 이용해 표면의 미세한 입자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깊이와 형태의 물질을 확보함으로써 포보스 표면의 물질 구성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구로 돌아온 시료는 JAXA의 전용 큐레이션 시설에서 오염 여부와 기원을 확인한 뒤 전 세계 연구자들의 분석에 활용될 예정이다. 지구 물질이 외계 시료에 섞이면 연구 결과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시료의 오염을 차단하고 포보스 고유 물질을 식별하는 기술 역시 MMX의 핵심 과제다.

물과 유기물은 어떻게 지구에 도착했나

MMX의 과학적 가치는 포보스 자체를 넘어선다. 연구진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질문은 초기 태양계에서 물과 유기물 같은 휘발성 물질이 어떻게 지구를 포함한 암석행성 영역으로 이동했느냐는 것이다.

지구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물과 탄소를 포함한 다양한 휘발성 물질의 공급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물질들이 초기 지구에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태양계 외곽에서 이동해온 물질을 보존하고 있다면 이들의 성분은 초기 태양계의 ‘물질 운송 기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두 위성이 거대 충돌의 잔해라면 화성 자체의 형성과 진화 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MMX가 가져올 10g 이상의 시료는 단순한 암석이나 먼지가 아니다. 그것은 태양계가 형성되던 시기의 물질 이동과 행성 형성 과정을 실험실에서 분석할 수 있는 물리적 기록이다.

포보스 착륙, 극도로 낮은 중력이 가장 큰 난제

MMX의 기술적 난제도 만만치 않다. 포보스의 중력은 지구의 달보다도 훨씬 약하다. ESA에 따르면 포보스 표면에서 약 25kg인 IDEFIX 로버의 실제 무게는 지구 기준으로 약 15g에 해당할 정도다. 착륙 과정에서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탐사선이나 로버가 표면에서 튕겨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MMX는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독일항공우주센터(DLR), 미국 NASA, 유럽우주국(ESA) 등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다. 프랑스와 독일이 개발에 참여한 IDEFIX 로버는 포보스 표면에서 이동하며 지질과 지형을 조사하고 착륙 및 시료 채취를 지원한다.

포보스의 낮은 중력은 착륙 장치에도 특별한 설계를 요구한다. 탐사선이 표면에 닿은 뒤 튕겨 나가지 않고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면서 시료를 채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하야부사와 하야부사2를 통해 소행성 접근과 시료 귀환 기술을 축적했다. 2024년에는 달 착륙선 SLIM을 통해 정밀 착륙 기술을 시험하기도 했다. MMX는 이들 기술을 한 단계 확장해 지구에서 화성권까지 이동하고, 위성 표면에 접근해 시료를 확보한 뒤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전체 과정을 하나의 임무에서 수행한다.

포보스는 미래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가 될까

MMX의 또 다른 목표는 과학적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화성권 왕복 기술을 확보하고 미래의 유인 화성 탐사에 필요한 기술을 시험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JAXA는 포보스를 향후 화성 탐사의 ‘자연 우주정거장’ 또는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포보스는 화성 표면보다 낮은 에너지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화성 자체에 착륙하기 전에 탐사 장비와 유인 임무를 지원하는 중간 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MMX는 포보스 접근과 착륙, 통신, 시료 채취, 화성권 왕복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기술을 검증한다.

이 때문에 MMX는 단순한 행성과학 임무라기보다 향후 화성 탐사를 위한 기술 실증 프로젝트라는 성격도 강하다. JAXA 역시 임무의 공학적 목표로 지구와 화성권 사이의 왕복 탐사 기술, 천체 표면의 고도화된 시료 채취 기술, 심우주 통신 기술 확보를 명시하고 있다.

일본 MMX와 중국 톈원-3, 화성 샘플 귀환 경쟁

화성권에서 시료를 가져오는 경쟁은 일본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중국도 화성 샘플 귀환 임무인 톈원-3(Tianwen-3)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앞서 톈원-1 임무를 통해 2021년 화성에 착륙했고, 주룽(Zhurong) 로버를 화성 표면에 운용하면서 화성 탐사 능력을 입증했다. 이어지는 톈원-3는 화성 표면의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MMX와 톈원-3는 목표가 다르다. MMX는 화성 자체가 아니라 포보스에서 시료를 가져오는 반면, 톈원-3는 화성 표면의 물질을 직접 확보하는 임무다. 따라서 두 임무가 성공할 경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화성권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특히 일정상 두 나라의 경쟁 구도도 주목된다. JAXA는 MMX를 2026회계연도에 발사해 2031회계연도에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중국의 톈원-3 일정과 비교해 누가 먼저 화성권의 새로운 시료를 지구 실험실에 전달할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다만 MMX의 진정한 의미는 ‘누가 먼저 가져오느냐’에만 있지 않다. 인류는 지금까지 화성 자체에서 시료를 지구로 가져온 적이 없다. 더구나 화성의 위성에서 직접 채취한 물질을 지구에서 분석하는 것도 처음이다.

포보스에서 가져온 작은 암석과 먼지 속에는 화성과 화성 위성의 형성 과정, 초기 태양계의 물질 이동, 물과 유기물의 기원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을 수 있다.

2026년 발사 이후 약 5년에 걸친 MMX의 여정이 성공한다면 2031년 지구로 돌아오는 작은 귀환 캡슐은 단순한 우주 탐사선의 귀환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그 안에 담긴 10g 이상의 포보스 시료는 태양계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행성 환경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우주 화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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