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X-III Batch-II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 중 마지막 함정

미국 14500톤급 차세대 대형함, DDG(X)에서 BBG(X)로 급변침

北 최현급 강건함 취역, 2030년 까지 8000~1만톤급 10척 추진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8,200톤급 이지스 구축함이 진수를 기다리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1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호김종서함 진수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배 한 척이 마무리하는 것은 40년 가까운 한국형 구축함(KDX) 개발사만이 아니다. 한국 해군의 KDX-III 이지스 구축함 확보 사업을 일단락하고 KDDX 시대로 넘어가는 마지막 연결고리라는 의미가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차세대 구축함 확보와 해군 전력 현대화 및 증강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이지스 다음 세대 대형함을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설계 도중 뒤엎었다. 후발 주자였던 중국은 1만톤급 구축함 10척을 확보, 16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이지스가 아닌 새로운 구축함을 건조 중에 있다.

‘대호(大虎)’ 김종서함(DDG-997)

2026년 2월, 해군 함명제정위원회가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번함의 이름을 확정했다. 대호김종서함(DDG-997). ‘대호(大虎)’는 조선 초기 두만강 일대에서 6진을 개척해 북방 국경을 다진 김종서 장군의 호다. 해군은 최신 이지스함의 전투력과 기동성, 그리고 자주국방 의지를 상징하기 위해 그의 호를 함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7개월 뒤, 세종시의회 회의록에 짧은 문장 하나가 등장했다. “9월 초 울산에서 진수 예정.” 해군이나 방위사업청이 정식으로 발표한 날짜는 아니지만, 지방의회의 업무보고에 등장할 만큼 진수가 임박했다는 뜻이었다. 

대호김종서함 진수는 단순히 군함 한 척의 이벤트가 아니다. 이 배는 KDX-III Batch-II, 즉 정조대왕급 3척 중 마지막 함정이며, 1980년대 광개토대왕급부터 시작된 한국형 구축함·이지스함 확보 사업의 한 챕터가 닫히는 순간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번 진수를 앞둔 지금, 태평양 건너 미국은 이지스의 다음 세대를 설계하다 말고 궤도를 바꾸고 있다. 중국은 1만톤 이지스급 함정을 벌써 두 자릿수로 찍어내고 있으며, 일본은 ‘이지스’라는 이름을 쓰지 않는 새로운 함정을 만들고 있다.

2026년 1월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정작 “이지스 시스템의 본산” 미국은 다음 세대 구축함 설계를 도중에 멈추고 새로운 함급으로 갈아타려 하고 있다.

마지막 광개토-III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항목내용
함번DDG-997
사업광개토-III Batch-II (KDX-III Batch-II)
함급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번함)
건조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길이 · 폭약 170m · 약 21m
경하톤수 · 최고속력약 8,200t · 약 30노트
진수2026년 9월 예정
해군 인도2027년 12월 예정

광개토-III 사업은 세종대왕함·율곡이이함·서애류성룡함(Batch-I)에 이어 정조대왕함·다산정약용함·대호김종서함(Batch-II)으로 이어진다. 방위사업청은 다산정약용함을 2번함으로, 대호김종서함을 마지막 3번함으로 구분한다. 

대호김종서함이 전력화되면 한국 해군은 세종대왕급 3척과 정조대왕급 3척을 더해 총 6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하게 된다. 1980년대 광개토대왕급부터 시작된 한국형 구축함·이지스함 확보 과정의 한 단계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이 공개한 기본 제원은 길이 170m, 폭 21m, 경하톤수 8,200t, 최고속력 30노트. 기존 세종대왕급(약 7,600t)보다 커졌고, 탐지·추적 능력과 요격 능력이 강화된 것이 Batch-II의 핵심이다. 

올해 2월 ‘최신예 이지스함 3척’ 정조대왕, 정약용, 김종서함이 HD현대중공업에 모였다. credit:HD현대

이지스보다 중요한 것 — 통합전투능력

국방기술품질원(DTaQ)은 정조대왕급의 핵심 개선점으로 향상된 이지스 전투체계, 통합소나체계,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체계(HED), 탄도미사일 대응능력, 대잠전 능력을 꼽는다. 방위사업청 역시 다산정약용함을 설명하며 독자 개발 통합소나체계와 한국형수직발사체계-II(KVLS-II)를 핵심 체계로 제시했다.

정조대왕급의 추진체계도 달라졌다. 기존 세종대왕급의 가스터빈 4대에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체계 2대가 추가됐다. 저속 항해 시 전기추진을 활용해 연료 소모를 줄이고, 수중 방사소음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 대잠전에서 함정 자체의 소음은 생존성과 직결되는 만큼, 이는 단순한 연비 개선이 아니라 연료 효율 → 저속 기동 → 방사소음 감소 → 대잠전 생존성으로 이어지는 설계 철학이다.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도 강화됐다. HD현대중공업은 정조대왕급의 표적 탐지·추적 능력이 세종대왕급 대비 두 배 이상 향상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된 이후 설계된 함정답게, 대호김종서함은 단순한 함대 방공 구축함이 아니라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항공·해상 위협을 동시에 감시·대응하는 해상 센서·방공 노드에 가깝다. 

미국 14500톤급 차세대 대형함, DDG(X) or BBG(X)?

정작 이지스 체계의 원조인 미국은 사정이 복잡하다. 미 해군은 노후한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과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을 대체할 차세대 대형수상함 DDG(X)를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기준 배수량은 알레이버크급보다 약 4,800톤(49.5%) 무거운 14,500톤급으로 커졌고, 2026회계연도 예산에는 연구개발비로 1억 3,350만 달러가 반영됐다. 최초 함정은 2030년대 초 확보가 목표였다. 

2025년 12월 22일,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히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유도미사일 “전함(battleship)”이라는 개념의 BBG(X) 프로그램이다. 이후 여러 언론은 미 해군이 DDG(X)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BBG(X)로 무게중심을 옮기려 한다고 보도했다. 2026년 1월 갱신된 CRS 보고서는 이런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틈을 파고든 한국의 제안이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군에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 III 대신 정조대왕급 기반 구축함을 3년 안에 절반 가격으로 건조해주겠다는 제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알레이버크급을 한국에서 건조하려면 미국으로부터 별도 기술이전을 받아야 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이미 검증된 자체 설계인 정조대왕급을 활용하면 훨씬 빠르게 양산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미국의 차세대 구축함 계획에 차질을 주지 않으면서, 미 해군 전력 공백은 최소화 할 수 있는 카드다. 

일본 ‘이지스 어쇼어’에서 ASEV로

일본은 아예 다른 길을 택했다. 지난 2024년 해군 전문매체 네이발 뉴스(Naval News)에 따르면 지상배치형 미사일방어체계 ‘이지스 어쇼어’가 배치 지역 주민 반발로 백지화되자, 일본 방위성은 이를 대체할 함정 두 척, 이지스시스템탑재함(ASEV, Aegis System Equipped Vessel)을 건조키로 했다. 표준배수량 1만 2,000톤, 만재 시 1만 5,000~1만 6,000톤에 이르는 이 함정은 길이 210m, 폭 40m로 일본 해상자위대가 운용할 함정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축에 속한다. 

ASEV의 핵심은 록히드마틴의 SPY-7 레이더 4면과, 이를 베이스라인9(BL9) 체계에 통합한 J7.B 버전 이지스 체계다. 일본 방위성은 SPY-7의 추적 능력이 기존 SPY-1 대비 5배에 달하며, 고각 발사된 탄도미사일이나 다수의 동시 발사 미사일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VLS는 128셀로, 96셀(전방 64+후방 32)인 마야급 구축함보다도 많다. 

올해 초 Naval News에 따르면 1번함은 2025년 7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2번함은 2026년 2월 재팬마린유나이티드 이소고 조선소에서 각각 기공식(용골 거치)을 마쳤다. 두 척 모두 2027년과 2028년 회계연도 취역이 목표다. 일본이 ASEV를 만드는 이유는 단순한 전력 증강이 아니다. 북한의 잦은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느라 기존 이지스 구축함 8척이 상시 탄도미사일 감시 임무에 묶여 있던 부담을, ASEV 두 척에 전담시켜 기존 함정을 함대 방공·대잠전·한미일 연합작전 등 본연의 임무로 되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두 자릿수를 넘긴 중국 ‘만 톤급’ 구축함

중국의 해군력 증강은 단순하고 노골적이다. 최대한 많이, 빨리 짓는다. 2026년 3월 USNI News는 신형 Type 055급 구축함 둥관(109)함과 안칭(110)함이 취역해 동부전구 해군에 배치됐다는 사실을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 확인했다. 이로써 중국의 Type 055는 8척에서 10척으로 늘었으며, 서방 분석가들은 향후 최소 16척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1만 톤급인 Type 055는 112셀 수직발사체계(VLS)를 갖춰 알레이버크급과 맞먹거나 그 이상의 화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네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 등 군사안보매체는 Type 055가 알레이버크급과 비슷하거나 일부 지표에서 앞선다고 분석하면서도, 실전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전자전·대잠전 등 소프트 전력까지 우위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남부·북부전구에만 배치돼 있던 Type 055가 처음으로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동부전구에 배속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 국방부가 2025년 12월 의회에 제출한 연례 대(對)중국 군사력 평가보고서(Annual Report to Congress: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RC 2025) 역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PLAN)의 대형 수상전투함 전력 확충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 국방정보국(DIA) 등의 평가를 바탕으로 매년 작성되는, 중국군 동향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공식 문서 중 하나로 꼽힌다. 

국가대표 함정배수량현재 단계비고
한국정조대왕급(대호김종서함 등)약 8,200t3번함 진수 임박, 2027.12 인도KDX-III 마지막 세대, 다음은 KDDX
미국알레이버크급 / DDG(X)(잠정 중단)약 9,700t / 14,500t 설계안DDG(X) 사업 궤도 수정, BBG(X) 부상차세대함 노선을 놓고 정책 혼선
일본ASEV(이지스시스템탑재함)표준 1만 2,000t급2척 모두 기공, 2027~2028 취역 목표‘이지스함’ 대신 새 함종 신설, BMD 전담
중국Type 0551만t급10척 취역, 최소 16척 목표동부전구(대만 방면) 최초 배치

북한 최현급 구축함 2번함 취역…1만톤급 구축함 추진

북한은 지난 6일 북한 강원도 동해안 영흥만에 위치한 원산항에서 5,000t급 신형 구축함 ‘강건함(최현급 2번함)’을 취역시켰다. 북한은 최현급 구축함 3번함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향후 약 10,000톤급 전략 수상 전투함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북한의 신형 구축함이 이지스급 체계로 볼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게 USNI 등 해외 주요 해군 매체의 평가다.

북한은 2026~2030년 계획에서 매년 두 척의 대형 수상함을 건조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Naval News에 따르면 북한은 5000톤 급 최현함 이후 8,000톤급 대형 구축함 개발, 향후 5년간 10척의 추가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연안 방어 중심이던 북한 해군을 핵추진 전략 잠수함 개발사업과 함께 대양 함대(ocean fleet)로 재편, 대형 수상함과 핵 전략 무기 체계를 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다.(관련 뉴스)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KDDX로

진수는 함정이 건조를 마치고 도크를 벗어나 바다로 나가는 것으로 조선소 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전투함으로서 실제 임무를 수행하려면 진수를 시작으로 장비·무장 통합, 계류·항해시험을 거쳐 시운전, 시험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해군이 인수해 전력화하기까지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공개된 계획상 대호김종서함은 진수 후 시운전과 시험평가를 거쳐 2027년 12월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대호김종서함을 끝으로 광개토-III Batch-II가 마무리되면 한국 해군 구축함 개발의 중심은 KDDX(한국형 차세대 구축함)로 넘어간다. 대호김종서함은 미국 이지스 전투체계를 기반으로 발전해온 KDX-III 계열의 마지막 함정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앞으로 KDDX에서는 한국형 전투체계와 통합마스트, 국산 센서·무장체계의 비중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강승만 기자

편집장/ Editor-in-Chief

국가 안보 정책과 연계된 과학기술 분야 혁신 등 영향력 있는 분석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핵심 과학기술 연구, 글로벌 안보, 지정학, 해양 전략을 주제로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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