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식당 점심 자리에서 남긴 ‘난해한 낙서’가 40여 년 뒤 현대 의사결정 이론으로 다시 해석되며 정식 검증을 받았다. 최근 연구진은 이른바 ‘레스토랑 문제(restaurant problem)’를 재구성해 그의 직관이 수학적으로 최적 전략과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해당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6월 1일 게재됐다.
이 이야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의 한 식당에서 시작된다. 당시 Feynman은 친구 Ralph Leighton과 점심을 먹으며 메뉴 선택을 고민하던 중, “익숙한 메뉴를 고를지, 새로운 음식을 시도할지”라는 일상적 선택을 즉흥적으로 수학 문제로 바꿔 풀었다. 그가 노트에 적은 계산은 단순한 식사 선택을 넘어, 불확실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모든 문제—여행 중 식당 선택, 구직, 주거 탐색—와 연결되는 ‘최적 정지 문제(optimal stopping problem)’로 해석된다.
핵심은 전략의 구조다. 이 문제에서는 매번 새로운 선택을 시도할 수도 있고, 이미 경험해 ‘만족도가 높았던 선택’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목표는 단일한 최고 선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기간 동안 얻는 만족도의 총합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한 번의 최선 선택” 문제보다 훨씬 현실적인 의사결정 모델이다.
PNAS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Feynman의 손글씨 노트를 복원해 그가 제안한 전략을 수학적으로 정식화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최적 전략은 ‘임계값(threshold)’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현재 선택의 질이 일정 기준 이상일 때만 선택하고, 이 기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구조다. 다시 말해, 여행 초반에는 높은 기준을 유지하다가 시간이 부족해질수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이 최적이라는 것이다.
이 결과는 기존의 동적 계획법과 최적 정지 이론에서 알려진 “감소하는 예약 가치(reservation value)” 전략과도 일치한다. 초기에는 더 나은 선택 가능성을 기다리지만,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현재 선택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게 되는 구조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실제 행동과의 비교다. 연구진은 약 2,5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험을 진행해 가상의 도시에서 식당을 선택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각 식당의 품질을 방문 전에는 알 수 없으며, 한 번 방문해야만 점수가 공개되는 조건에서 제한된 기간 동안 총 만족도를 최대화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인간 참가자들은 Feynman이 제안한 “정확한 최적 곡선”을 따르지는 않았다. 대신 매우 단순한 규칙을 사용했다. 기준선은 일정한 속도로 매일 감소했으며, 이는 여행 기간이 길든 짧든 거의 동일하게 유지됐다. 다만 초기 기준점은 환경에 맞게 조정됐다. 즉, 사람들은 “얼마나 빨리 기준을 낮출 것인가”는 고정한 채, “처음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만 상황에 맞게 바꾸는 경향을 보였다.
이 단순 전략은 이론적으로 최적해 대비 약 90% 수준의 효율을 달성했다. 연구를 이끈 브라이언 크리스천(Brian Christian)은 이 결과를 두고 “사람들은 완벽하게 합리적이진 않지만, 제한된 인지 자원을 고려하면 거의 최적에 가까운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연구 공동저자인 톰 그리피스(Tom Griffiths) 역시 이러한 결과가 인간 인지의 ‘자원 합리성(resource rationality)’ 관점을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이 관점은 기존 행동경제학이 강조해온 ‘비합리성’ 중심 해석과는 결이 다르다. 인간은 최적해를 계산하지는 않지만, 계산 비용과 정보 제한 속에서 충분히 좋은 근사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 설계에도 시사점을 준다. 기존 AI 모델이 종종 ‘완전 합리적 에이전트’를 가정하는 것과 달리, 인간의 실제 전략 구조를 반영하면 더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Feynman은 생전에 이 문제를 정식 논문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노트 속 직관은 수십 년 뒤 현대 확률 최적화와 인간 의사결정 연구를 통해 다시 해석되며, 단순한 점심 선택 문제를 인간 사고의 구조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로 확장시켰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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