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증시 GPU 투톱 무어 쓰레드·메타엑스
트럼프 H200 수출 허용 발언, 실력 검증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뜻밖의 결과를 낳고 있다. 엔비디아 칩 수출 제재로 중국 토종 GPU 기업들이 IPO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판 엔비디아’를 자처하는 무어 쓰레드(Moore Threads)에 이어, 이번에는 ‘중국 AMD’로 불리는 메타엑스(MetaX)까지 상하이 증시에서 700% 이상 급등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쏟아진 축제의 한가운데서 변수도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 H200 칩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이제 막 시장에 공개된 중국 GPU 기업들이 진짜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제2의 엔비디아를 찾아라”… 상하이 증시의 열기

17일 상하이 커촹반(STAR Market)에 상장한 메타엑스는 공모가 104.66위안에서 출발해 장중 895위안까지 치솟았다. 상승률은 무려 755%. 불과 2주 전 무어 쓰레드가 상장 첫날 425% 급등하며 시장을 달궜던 분위기가 그대로 재현됐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이를 ‘국산 대체’에 대한 갈증이 자본시장과 결합한 결과로 해석한다. 엔비디아의 첨단 GPU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사실상 이들 기업뿐이라는 것이다.

테크 전문 미디어 테크 버즈 차이나의 루이 마 설립자는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 내에 보호된 고급 GPU 시장을 만들어줬다”며 “정책 지원과 풍부한 유동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투자 열기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출발부터 다른 두 회사, 닮은 듯 다른 전략

무어 쓰레드와 메타엑스는 흔히 함께 묶이지만, 출신과 기술 노선은 뚜렷이 갈린다.

무어 쓰레드는 엔비디아 중국법인 총괄을 지낸 장젠중이 2020년 설립한 회사다. 자체 아키텍처 ‘MUSA’를 앞세워 그래픽과 AI 연산을 모두 처리하는 범용 GPU를 지향한다. 대표 제품인 MTT S4000은 CUDA 코드 변환을 통해 엔비디아 생태계와의 호환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가장 ‘엔비디아다운’ 접근법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만큼 비용 부담도 크다. 설립 이후 4년간 누적 적자는 약 60억 위안에 달한다.

반면 메타엑스는 AMD 출신 GPU 설계 전문가 양젠이 이끌고 있다. 이 회사는 그래픽보다는 AI 연산과 고성능 컴퓨팅에 초점을 맞춘 GPU에 집중해 왔다. 주력 칩 C500은 7nm 공정으로 제작됐으며, 엔비디아 A100 대비 약 75% 수준의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미국의 제재 기준에 맞춰 성능을 조정한 C280 등도 선보이며 비교적 유연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의 한마디, 분위기 바꿀 수 있을까

상승 일변도였던 분위기에 균열을 낸 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는 시진핑 주석과의 협의를 언급하며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H200은 최신 블랙웰 시리즈보다는 한 세대 뒤지만, 여전히 중국 토종 GPU보다 성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면에서 앞선 제품이다.

실제로 무어 쓰레드 주가는 이 발언 이후 고점 대비 약 20% 하락했다. “엔비디아 칩을 다시 살 수 있다면 굳이 불안한 국산 칩을 선택할 이유가 있느냐”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셈이다.

다만 중국 내에서는 다른 해석도 적지 않다. 관영 매체들은 H200이 미국 기준으로는 이미 최첨단 제품이 아니며, 정책 변화로 언제든 다시 막힐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 기업들이 이제 가격이나 성능보다 공급망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일부 복귀하더라도 국산 칩 수요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돈은 모였다… 이제는 결과로 말해야”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점은 두 기업이 이번 상장을 통해 막대한 ‘실탄’을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GPU 개발은 장기간의 연구개발 투자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인 산업이다. 적어도 생존을 걱정해야 할 단계는 넘겼다는 평가다.

중국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국산화라는 명분만으로도 투자가 가능했지만, H200이 실제로 시장에 풀리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결국 성능 대비 비용, 소프트웨어 완성도, 양산 안정성이 진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미국의 정책 변수와 중국 자본시장의 열기가 맞부딪치고 있다. 2026년 중국 AI 반도체 시장은 자본의 힘이 아니라 기술력으로 판가름 나는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