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I칩 업체 투자, 정책자금 과반 차지
美상무부 “한국 자강은 미국 기업의 기회”
中 “정치적 성과용 베팅”, “대미 협상 카드”
한국 정부가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등 국산 AI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정책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정책성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리벨리온 약 46.9%, 퓨리오사AI 약 50%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이를 민간자본이 충분히 형성되기 전까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마중물로 해석한다. 미국과 중국은 공격적 정책 자금 투자 못지 않게 이들 초기 기업이 향후 어느 공급망과 기술·안보 체계에 편입될 것인가에 관심이 크다.
아직 공개 자료를 통해 CIA 등 각국 정보기관이 한국 NPU 정책을 직접 평가한 보고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의 공식 통상자료와 정책연구기관의 분석, 중국 관영매체와 국책 연구기관의 공개 발언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은 한국의 AI 반도체 산업을 자국 기업의 기회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2026년 6월 갱신된 한국 AI 반도체 시장자료는 한국이 메모리와 제조 역량에서는 강하지만 시스템반도체와 팹리스, AI 가속기, 첨단 패키징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의 AI·반도체 투자도 상세히 소개했다.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사업과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한 국산 AI칩 육성이 대표적이다.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딥엑스, 모빌린트, 하이퍼엑셀 등도 관련 기업으로 거론됐다.
ITA가 주목한 것은 국산화 자체보다 협력 가능성이다. 미국 기업은 칩 설계와 IP, 소프트웨어 최적화, 연결성, 글로벌 상업화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소기업도 한국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R&D와 기술지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통상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NPU 육성은 미국 산업에 대한 위협이라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정책에 가깝다.
미국 정책연구기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미아시아연구국(NBR)은 2026년 4월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을 한·미 기술협력의 틀에서 분석했다.
핵심 개념은 ‘협력적 주권(cooperative sovereignty)’이다. 한국이 AI 반도체와 데이터 인프라, 파운데이션 모델, 국방 AI 등 핵심 기술의 통제력을 높이되 미국과의 기술적 상호의존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는 중국식 기술 자립과 구별된다. 중국이 외부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이라면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과의 상호의존을 통해 기술적 회복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미국 정책서클에서는 한국의 NPU 육성을 동맹과 충돌하는 독자노선으로 보기보다 동맹 내부의 기술 자립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문제는 국방과 안보 영역이다.
국방 AI에서 자체 AI 반도체의 의미는 통상산업과 달라진다. 미국의 첨단 AI 가속기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수출통제나 공급 제한이 전략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국방 AI가 중앙 데이터센터 중심에서 전술 엣지로 이동할 경우 NPU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차와 드론, 전투체계 등에 소형 AI 모델과 전용 NPU를 직접 탑재하면 중앙 서버와의 데이터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이 경우 딥엑스 같은 엣지 디바이스 NPU를 타겟으로 하는 국내 팹리스가 미국의 수출통제가 직접 겨냥하기 어려운 별도의 연산 영역을 확보할 가능성이 생긴다. 딥엑스는 민간 투자금을 중심으로 개발 자금을 조달해온 업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통상적으로는 시장 기회였던 국산 NPU가 안보 영역에서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셈이다.
2026년 8월 들어 문제는 공급망 선택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AI 협력국들에게 중국 주도의 AI 협력체계에 참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생산 확대에 대한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워싱턴의 관심은 한국이 AI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한국의 기술 자립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과 연결된 상태로 발전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중국의 시선은 다르다.
중국 관영매체가 인용한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분석에서는 한국의 AI·반도체 대규모 투자를 정치와 경제, 대외전략이 결합된 정책으로 해석한다.
CICIR의 천샹양 연구자는 한국 정부의 AI 투자가 산업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성과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동시에 반도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미국의 관세와 투자 압박에 대응하는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봤다.
중국이 주목한 또 하나의 문제는 투자 지속 가능성이다. 정부와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도체 호황이 둔화될 경우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지적했다.
중국 연구기관 분석에서 더 중요한 대목은 미국과의 관계다.
CICIR은 미국이 AI와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장악하려는 과정에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향후 미국의 견제를 받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지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시선은 역설적으로 만난다. 미국은 한국의 NPU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경계한다. 중국은 한국의 NPU 육성이 미국의 영향력 아래 고착되는 것을 우려한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기술적 측면에서도 한국 NPU를 주목한다. 중국 매체들은 한국의 NPU 육성을 엔비디아 중심 GPU 시장과 별도의 저전력·고효율 추론 시장을 개척하려는 시도로 평가해왔다.
동시에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중국 AI 반도체 기업과 경쟁할 잠재적 경쟁자로도 보고 있다. 퓨리오사AI 등이 TSMC 등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한다는 점도 중국 매체의 주요 관심사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한국 NPU 산업에서 보는 것은 서로 다르면서도 한 지점에서 겹친다.
미국 상무부는 시장과 협력을 본다. 미국 정책서클은 동맹 내부의 기술 자립 가능성을 본다. 국방·안보 영역에서는 수출통제와 공급망 의존도가 변수로 등장한다.
중국은 한국의 공격적 정책자금 투입을 산업정책인 동시에 대미 협상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해석한다. 동시에 한국의 기술 자립이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완전히 종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경계한다.
최근 투자 라운드를 종합해 이들 업체의 투자금에서 정책자금이 50% 가까이 늘어난 상황도 들여다봐야 한다. 정책자금은 초기 기술개발과 생산기반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AI 반도체 분야 글로벌 경쟁에서 정책자금 확보가 기업의 상업화 성공과 생존력을 제고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자금, 소위 쉬운 돈(easy money)과 정부 조달에 의존한 매출은 기업 혁신과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혜성 정책지원을 받은 이들 NPU업체의 자생력 입증이 중요하다. 시장에서 반복적인 매출이 발생하는지, 정부 사업을 넘어 빅테크들이 운영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엣지 시장으로 확장하는지도 봐야 한다.
미·중의 관심 역시 그 단계에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양국의 관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 기술이 완성된 이후 어느 공급망·안보 체계에 남는가’에 맞춰져 있다. 미국은 한국의 자강을 협력 가능한 부분까지 용인하되 대중(對中) 이탈만은 막으려 한다. 중국은 이를 대미 협상력 강화 수단으로 해석하면서도 종국에는 미국이 한국을 견제할 것이라 경고한다. 미국 국방 실무 라인은 이미 그 균열의 초기 징후 — 엣지 NPU를 통한 수출통제 우회 가능성 — 을 우려하고 있다.
*이하 상세 리포트
韓 AI칩 정책자금 투자를 둘러싼 미·중의 엇갈린 독법
한국 정부가 국산 AI 반도체(NPU) 기업에 최근 대형 라운드 기준 46.9~50%에 달하는 정책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국내에서는 ‘독자 생존을 돕는 마중물’이라는 프레임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 자금 흐름을 미국과 중국은 각각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 현 시점, CIA 등 해외 정보기관이 이 사안에 대해 작성한 공개 평가보고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대신 확인된 미국 상무부, 미국 정책연구기관(NBR), 그리고 중국 관영매체가 인용한 국책 싱크탱크(CICIR)의 공개 분석을 원문 기반으로 재구성했다.
미국의 시각 — “통상 라인은 파트너십, 안보 라인은 감시”
상무부 국제무역청(ITA): “한국의 자강은 미국 기업의 기회”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은 2026년 6월 8일 갱신한 ‘South Korea AI Semiconductor’ 시장정보 보고서에서 한국의 AI 반도체 생태계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와 대규모 제조 역량에서는 세계적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팹리스 설계·AI칩·첨단 패키징·핵심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덜 발달해 있다고 진단하며, 이 격차 자체가 미국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기회라고 명시한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사업'(2026~2030년 약 6억6400만달러 투자)과 함께, 약 996억 달러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첨단 전략산업(AI·반도체)을 대상으로 하며 리벨리온·퓨리오사AI·딥엑스·모빌린트·하이퍼엑셀 같은 국산 AI칩·NPU 기업 육성을 포함한다고 직접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이 한국의 자체(indigenous)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동시에 칩 설계·IP·소프트웨어 최적화·연결성·글로벌 상업화에 강점을 가진 미국 기업들에게도 파트너십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보고서는 마지막 단락에서 이 기회가 대형 다국적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중소 공급업체들도 한국의 주요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에 거점을 마련해 R&D 협력, 응용엔지니어링, 기술지원, 서비스 운영을 통해 진입할 수 있으며, NPU·엣지 AI·피지컬 AI·AI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의 기술 보완적 파트너십이 한국 시장 진입과 제3국 공동 진출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NBR ‘Sovereign AI and ROK-U.S. Cooperation'(2026년 4월): “협력적 주권”이라는 개념화
미국의 대표적 아시아 정책연구기관인 전미아시아연구국(National Bureau of Asian Research, NBR)은 계간 학술지 Asia Policy 21권 2호(2026년 4월)에 실린 논문 ‘Sovereign AI and ROK-U.S. Cooperation’을 통해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을 정면으로 다뤘다. 저자는 한국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부교수이자 군사전략연구센터장인 배학영(Hackyoung Bae) 대한민국 해군 중령이다.
이 논문의 핵심 주장은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 추구가 반도체·데이터 인프라·파운데이션 모델·국방 AI 등 핵심 기술에 대한 국가적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이를 중국의 자립형 혁신 전략과 명확히 구분한다 — 중국이 ‘고립을 통한 자율성’을 추구하는 반면,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상호의존을 통한 기술적 회복력(technological resilience through trusted interdependence)’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own-cooperate-access(자체보유-협력-접근) 프레임워크를 적용하면, 서울의 접근법은 미국이라는 동맹 파트너와 양립 가능한 독자적 형태의 ‘협력적 주권(cooperative sovereignty)’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논문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역량에서는 앞서 있지만 AI 가속기·클라우드 인프라·국방 AI에서는 뒤처져 있다고 진단하며, 다음과 같은 정책적 함의를 제시한다.
- 한국이 AI칩, 소버린 클라우드 인프라, 대형언어모델 같은 핵심 기술에 대한 소유권(ownership)을 강화하면 공급망 강압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전략적 자율성을 높일 수 있다.
- 한국과 미국이 ‘핵심·신흥기술 대화(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 Dialogue)’ 체제 아래 공동 R&D를 제도화하고 상호 조달협정을 맺으면, 양국 모두 시장을 확대하면서 동맹의 기술적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
- 한국이 국내 회복력과 동맹 협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다면, 이 소버린 AI 접근법은 강대국 기술경쟁을 헤쳐나가야 하는 다른 중견국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정책서클은 한국의 NPU·AI 자강을 ‘위협’이 아니라 동맹 체제 안에서 관리 가능한, 심지어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는 독자적 모델로 규정한다. 다만 이 틀이 성립하려면 한국이 ‘고립’이 아닌 ‘신뢰 기반 상호의존’의 경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안보·국방 라인: “엣지 NPU는 미국의 수출통제 레버리지를 우회”
앞선 두 시각과 결이 다른 것이 국방·안보 실무 라인의 분석이다. 국방 실무 라인에서는 한국의 NPU 국산화가 정확히 미국의 수출통제 레버리지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국가안보 지침 아래 한국이 미국 컴퓨팅 인프라로 국방 AI를 훈련시킬 경우 고도로 기밀인 작전 데이터가 미국의 감시와 갑작스러운 수출 거부권(export veto) 행사에 노출되는 뚜렷한 지정학적 급소가 만들어진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미국 국방기획 담당자들은 워싱턴의 첨단 데이터센터급 엔비디아 칩에 대한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한국측이 중앙집중형 클라우드 서버에서 전술 엣지(tactical edge)를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규모 전장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되돌려보내는 대신, 가볍고 특화된 AI 모델을 전차·드론·보병부대의 현장 하드웨어에 직접 압축해 탑재하는 ‘엣지 AI’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일부 팹리스 스타트업이 설계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 한국이 드론 스웜을 구동하고, 한화 K-9 자주포용 표적 조준 루프 자동화, 전자전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한국군이 작전 기밀에 대한 미국 감시와 수출 거부 등을 우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자택일” 압박의 등장
가장 최근 흐름은 앞선 세 시각을 하나의 압박으로 수렴시킨다. 2026년 8월 관련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AI Opportunity Statement 서명국 35개국에 중국 주도의 AI 협력 프레임워크에 참여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준비 중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공개적으로 거명하며 미국 내 메모리 생산시설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서울은 ‘AI 탈중국화’와 미국 내 신규 메모리 공장 건설이라는 미국의 요구가 관세 협상과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며, 가장 시급한 현안은 AI 산업에서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라고 전해졌다.
즉 종합하면, 미국은 한국의 NPU 역량 확보 자체보다 그 역량이 최종적으로 어느 진영의 공급망·안보 체계에 편입되느냐를 훨씬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중국 시각 — “정치적 성과용 베팅”이자 “대미 협상 카드”, 그러나 “지속 가능성은 의문”
중국신문망(中新网)·CICIR: 천샹양(陈向阳)의 3단 분석
중국 관영 통신사 중국신문사(中国新闻社) 산하 중국신문망(中新网)은 2026년 7월 2일 ‘工人日报'(노동자일보) 기사를 인용해 ‘韩国押注AI和半导体背后的雄心与隐忧'(한국이 AI와 반도체에 베팅하는 야심과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한국 정부가 6월 29일 발표한 반도체·물리적 AI(Physical AI)·AI 데이터센터 투자계획(정부 1461조원 + 삼성전자·SK그룹 4755조원, 합산 약 6200조원)을 다루며, 중국 정부 산하 국책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中国现代国际关系研究院, CICIR) 조선반도연구센터 주임 천샹양(陈向阳)의 분석을 전면에 인용했다. CICIR은 중국 정보·안보 기관과 밀접하게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국책 연구기관으로, 그 소속 연구자의 발언은 중국의 반관영 시각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통상 취급된다.
첫째, 정치적 동기. 천샹양 주임은 이 투자계획이 우선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의제에 따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한국을 ‘글로벌 AI 3대 강국’ 중 하나로 만들겠다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집권 2년차인 지금이 정책을 실행에 옮겨야 할 관건적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 기반을 다질 강력한 정책적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둘째, 경제·전략적 동기.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붐 속에서 실적이 급증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긴 점을 짚으며, 천샹양 주임은 한국 정부가 반도체·AI 산업 투자를 통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키려 한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미국의 관세 및 대한(對韓) 투자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 투자가 대미 전략적 협상에 힘을 보태는 카드(制衡筹码)로도 기능한다고 짚었다.
셋째, 리스크 진단(내부). 기사는 낙관적 전망과 함께 한국 내부 경제학자들의 우려도 함께 전했다. 한양대 김광석 교수는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여러 산업의 수출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며 이를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고, 세종대 김대종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상승 사이클이 무한정 지속될 수 없으며 정부가 반도체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투입하면 한국 경제가 심각한 구조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천샹양 주임은 정부와 삼성·SK 두 기업의 투자 합계가 미화 약 4조 달러 상당으로, 한국의 연간 GDP(약 1.7~1.8조 달러)의 2~3년치에 해당한다는 점을 직접 계산해 짚으며,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향후 5~10년, 나아가 20년까지 지속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지는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넷째, 리스크 진단(외부) — 가장 주목할 대목. 천샹양 주임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주의 정책을 추진하며, 가장 수익성 높고 핵심적인 산업 — 특히 반도체와 AI 산업 — 을 미국의 손에 확실히 틀어쥐려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전략적 목표에 대해 미국이 자국 산업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한국의 관련 산업을 견제(打压)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한국이 통상·투자 측면에서 더 엄중한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네 번째 진단은 앞서 1부에서 살펴본 미국 국방 라인의 분석(한국의 엣지 NPU 육성이 미국의 수출통제 레버리지를 약화시킬수 있다는 우려)과 사실상 같은 구조를 반대편에서 짚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은 “미국이 한국의 AI 자강을 언젠가 견제할 것”이라 내다보고, 미국 국방 실무진은 “한국의 AI 자강이 이미 미국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한다 — 두 진영 모두 한국의 NPU 국산화를 ‘미국의 대한(對韓) 영향력’이라는 동일한 축 위에서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 매체: 기술·시장 경쟁 관점
중국 금융매체 재련사(财联社)는 한국의 NPU 육성 프로젝트가 처음 발표된 2023년 6월부터 이를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GPU 시장을 정면으로 피해 저전력·고효율 추론칩이라는 별도 시장을 개척하려는 시도로 해석해왔다. 당시 기사를 인용한 중국 증권사(톈펑증권·중타이증권) 분석에 따르면, GPU의 고전력 소비 문제가 부각되면서 ASIC 계열의 커스텀 AI 반도체(NPU 포함)가 GPU와 대체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됐으며, 전 세계 ASIC 시장에 아직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만큼 화웨이의 어센드(昇腾)·캠브리콘(寒武纪) 같은 중국 자국 기업들도 이 영역에서 기술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 반도체 업계 시각에서 한국의 NPU는 엔비디아 독점에 맞서는 ‘동반 도전자’인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자국 AI 반도체 기업(화웨이·캠브리콘 등)과 직접 경쟁하게 될 잠재적 라이벌로 인식되고 있다.
종합 — 세 시선이 만나는 지점
미국 통상 라인(상무부), 미국 정책서클(NBR), 미국 국방 실무 라인, 그리고 중국 국책 싱크탱크(CICIR)의 시각을 겹쳐보면 뚜렷한 공통점과 균열 지점이 동시에 드러난다.
공통점: 어느 진영도 한국의 NPU 정책자금 지원 자체를 기술적으로 위협적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미국 상무부는 이를 미국 기업의 시장 기회로, NBR은 동맹 안에서 벤치마킹 가능한 모델로, 중국 CICIR은 한국의 정당한 정치·경제적 필요로 각각 규정한다.
균열점: 관심의 초점은 하나같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 기술이 완성된 이후 어느 공급망·안보 체계에 남는가’에 맞춰져 있다. 미국은 한국의 자강을 용인하되 대중(對中) 이탈만은 막으려 하고, 중국은 이를 대미 협상력 강화 수단으로 해석하면서도 종국에는 미국이 한국을 견제할 것이라 전망하며, 미국 국방 실무 라인은 이미 그 균열의 초기 징후 — 엣지 NPU를 통한 수출통제 우회 가능성 — 를 우려하고 있다.
결국 한국 정부의 정책자금 50% 지원이라는 숫자는 순수한 산업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중 삼각 구도 속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의 ‘기술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라는 지정학적 질문과 정확히 겹쳐 있다.
*참고 문헌 및 출처
- U.S. International Trade Administration, “South Korea AI Semiconductor,” Trade.gov, updated 2026.6.8.
- Hackyoung Bae, “Sovereign AI and ROK-U.S. Cooperation,” Asia Policy 21.2, National Bureau of Asian Research (NBR), 2026.4.29.
- BusinessKorea, “[Special Report III] How Seoul Can Build ‘Sovereign Defense AI’…”, 2026.6.
- BiGGo Finance, “U.S. Ramps Up Pressure on South Korea to Pick Sides on Semiconductors and AI,” 2026.8.18 관련 보도.
- 中新网(中国新闻网), “韩国押注AI和半导体背后的雄心与隐忧” (원출처: 工人日报), 2026.7.2. — 中国现代国际关系研究院(CICIR) 朝鲜半岛研究中心主任 陈向阳 인터뷰 인용.
- 财联社, “韩国政企联合研发NPU芯片,ASIC与GPU或开展替代竞争,” 2023.6.28.
- 日经中文网, “‘韩国版英伟达’FuriosaAI走向商业化阶段,” 2026.5.28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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