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트랜지스터 모먼트…실험실 넘어 현실로

한때 칠판 위 수식과 실험실 장비 속에 머물던 양자 정보 과학(Quantum Information Science)이 빠르게 현실 세계로 나오고 있다. 이미 작동하는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s)가 등장했고, 초기 단계의 양자 네트워크와 초고감도 양자 센서도 실용화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마치 20세기 중반, 마이크로전자 기술이 이론을 넘어 사회를 바꾸는 도구로 전환되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짚은 연구가 최근 사이언스(Science)저널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현재의 양자 기술은 고전 컴퓨팅 역사에서 트랜지스터가 막 세상에 등장하던 시기와 유사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가능성은 분명해졌고, 이제는 어떻게 규모를 키우고 실제 쓸 수 있는 기술로 만들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기초 물리는 완성…남은건 협력

이번 논문은 미국 시카고대, 스탠퍼드대, MIT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현재 개발 중인 양자 하드웨어의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대규모·고신뢰 양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분석했다.

논문의 책임 저자인 데이비드 아우슈라럼(David Awschalom) 시카고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의 양자 기술은 트랜지스터 초창기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기초 물리 개념은 이미 확립됐고,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을 산업 규모로 키우기 위한 협력과 조율입니다.”

그는 특히 모듈형 양자 아키텍처와 확장성 문제가 향후 10~20년을 좌우할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돌아봤다. 고전 컴퓨팅은 약 75년에 걸쳐 연산 비용이 10¹⁴배 이상 감소했고, 트랜지스터 수는 수천 개에서 오늘날 1천억 개 수준까지 늘어났다. 이는 단 하나의 혁신이 아니라 재료·소자·시스템 구조의 반복적인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중요한 점은 발전 방식이다. 필요로 하는 시스템 성능이 먼저 정해지고, 그에 맞춰 회로 설계와 재료, 제조 방식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 실리콘 산화막을 하프늄 산화막으로 대체하거나, 3차원 낸드 메모리를 도입한 것은 호기심이 아니라 명확한 성능 요구에서 출발했다.

연구진은 양자 기술 역시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별 연구실의 성과보다, 개방형 연구와 산업·학계·정부 간 협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 가장 유망한 6가지 양자 하드웨어 플랫폼을 비교 분석했다. 초전도 큐비트, 이온 트랩, 고체 스핀 결함(다이아몬드 컬러 센터 등), 반도체 양자점, 중성 원자, 광자 기반 큐비트 등이다.

이들은 각각을 기술 성숙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 기준으로 평가했다. TRL은 1단계(기초 원리 관측)부터 9단계(실제 환경에서 운용)까지 나뉜다. 연구진은 시야를 넓히기 위해 ChatGPT와 Gemini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평가 결과도 참고했다.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TRL이 높다고 해서 기술이 완성됐다는 뜻은 아니다. MIT의 윌리엄 올리버 교수는 “1970년대 반도체 칩도 당시 기준으로는 TRL-9였지만, 오늘날과 비교하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양자 기술도 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초전도 큐비트는 100개 이상의 큐비트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반면 양자점은 소형화와 집적도에서 강점을 가지지만 배선과 제어가 어렵다. 다이아몬드 스핀 결함은 긴 양자 결맞음 시간과 광학적 연결성이 뛰어나 이미 수십 킬로미터 규모의 양자 네트워크를 구현했다.

이온 트랩과 중성 원자 시스템은 자연적 균일성과 안정성이 장점이며, 광자 기반 접근법은 ‘빛 자체로 계산하는 양자 컴퓨팅’을 목표로 빠르게 발전 중이다. 공통적으로 포토닉스 기술은 제어, 판독, 네트워킹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플랫폼은 같은 벽에 부딪힌다. 제조 신뢰성, 복잡한 배선, 점점 어려워지는 보정(calibration), 그리고 냉각과 전력 문제다. 현재 방식 그대로 큐비트 수만 늘리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해답은 ‘모듈형 양자 컴퓨터’

연구진이 제시한 해법은 모듈형 양자 아키텍처다. 하나의 거대한 양자 칩이 아니라, 작은 양자 모듈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각 모듈은 자체적으로 연산·제어·냉각을 담당하고, 광자 기반 양자 연결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는 오늘날 데이터센터 구조와 닮아 있다. 복잡성을 통제하면서도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양자 인터넷과 결합된 분산형 양자 컴퓨팅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양자 기술은 현실…다만 시간은 필요”

연구진은 한 가지를 분명히 한다. 양자 기술은 더 이상 공상 과학이 아니다. 이미 작동하고 있고, 빠르게 발전 중이다. 다만 고전 컴퓨팅처럼 성숙하기까지는 수십 년의 시간과 꾸준한 투자, 그리고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양자 컴퓨터는 곧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기계는 아니다. 다만 현 시점은, 훗날 “모든 것이 시작된 순간”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Contact: navy@scimonitors.com | Linked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