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싱가포르 회담 ‘훈련 중단’ 2026년 재등장
동맹보다 북미 정상외교를 앞세우는 거래적 접근
한미훈련 축소가 북미 대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상당히(substantially) 줄이라”고 국방부에 지시하면서 한미동맹의 안보 구조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줄이도록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훈련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과 함께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직접적인 이유로 제시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방위비나 군사훈련 효율성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군사적 억제력보다 자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개인적 관계를 대북정책의 중요한 변수로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도 한미연합훈련을 “도발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규정하며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에도 그는 훈련 중단을 북한과의 외교를 위한 양보 카드로 활용했다.
2026년의 결정은 그때의 정책 패턴이 다시 등장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훈련 축소→대화 공간 확대’ 트럼프식 대북 접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는 전통적인 미국 외교와 다른 특징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장기간 억제하고 비핵화 협상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정상 간 직접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고, 군사적 긴장을 낮추면서 거래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접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에도 김정은과의 만남을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시 그는 김정은을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올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2026년 들어서도 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브루킹스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3월 한국 측과의 대화에서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 지도자가 미국 또는 자신과 대화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번 연합훈련 축소는 돌발적인 결정이라기보다 트럼프가 다시 한번 ‘김정은과의 직접 외교’를 위해 군사적 긴장을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문제는 북한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18년 트럼프가 훈련 중단을 선언했을 때와 비교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훨씬 고도화됐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하면서 실제 전장 경험까지 축적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한미연합훈련 역시 드론, GPS 교란, 사이버 공격 등 북한의 새로운 군사능력을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즉, 북한의 위협이 과거보다 커진 시점에 오히려 한미연합훈련의 규모를 줄이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북한은 ‘훈련 축소’를 외교적 양보로 받아들일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김정은이다.
북한은 오랫동안 한미연합훈련을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로 규정해왔다. 올해에도 북한은 을지자유의방패(UFS)를 침략전쟁을 위한 훈련이라고 비난하면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훈련 축소만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즉각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협상 목표 자체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사실상 비핵화를 전제로 한 미국과의 협상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2026년 김정은은 핵무기를 영구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국가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핵전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내놓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채탐하우스(Chatham House) 역시 올해 초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비핵화 요구를 포기하지 않는 한 협상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트럼프가 ‘훈련 축소’를 협상 카드로 내놓더라도 김정은이 원하는 대가는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역할 축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 지점에서 향후 북미협상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구조로 전개될 수 있다.
문제는 ‘서울을 거치지 않는 워싱턴-평양 거래’
이번 사태에서 한국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북미 간 직접 거래 과정에서 한국의 이해관계가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이번 결정의 논리는 한국의 군사적 필요보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미국의 비용 부담, 그리고 한국의 대미정책에 대한 불만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
Reuter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비용뿐 아니라 한국이 미국의 이란 관련 정책에 협조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거론했다. 즉 이번 결정에는 북한과의 관계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비용분담·안보협력 압박이라는 별도의 계산도 들어가 있다.
이는 한미동맹이 과거의 ‘안보 공동체’에서 점차 거래적 동맹(transactional alliance)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방위비와 미국산 무기 구매를 얼마나 확대하는가,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얼마나 협력하는가가 동맹 관리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악관 2025년 한미 정상 간 공동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국방비를 GDP의 3.5% 수준으로 확대하는 계획과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250억 달러 구매, 주한미군 지원과 관련한 330억 달러 규모의 계획 등이 포함됐다. 동시에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과 핵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재확인했다.
따라서 이번 훈련 축소가 곧바로 한미동맹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트럼프식 동맹 재편의 방향은 미국이 직접 부담하는 비용과 위험을 줄이고 한국이 더 많은 재래식 방위능력을 담당하는 대신, 미국은 핵·전략자산과 첨단무기·정보능력을 제공하는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
한미연합훈련의 중요성을 단순히 ‘병력 숫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훈련은 실제 전쟁에서 한미 양국 군이 동일한 작전계획과 통신체계, 지휘체계 아래 움직일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한국 국방부도 과거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됐던 시기에 연합훈련과 훈련 기회가 감소하면서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다시 실전적 전구급 훈련체계를 복원했다고 설명해왔다. UFS는 2022년부터 정부 차원의 을지연습과 한미 군사연습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최근 훈련은 단순한 북한의 대규모 남침 시나리오만을 상정하지 않는다. 드론전, 전자전, GPS 교란, 사이버전, 미사일 방어, 지휘통제망 공격 등 현대전의 요소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2026년 UFS 역시 이러한 새로운 위협을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훈련 규모가 줄어드는 것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미군이 실제 전쟁 상황에서 연합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숙련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이 때문에 향후 한미 양국은 대규모 공개훈련을 줄이는 대신 소규모·상시·분산형 훈련과 시뮬레이션, 지휘소 훈련, 사이버·우주·전자전 훈련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즉 ‘훈련 축소’가 반드시 ‘연합방위태세 약화’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신호라는 측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동맹의 가장 큰 위험은 군사력보다 ‘신뢰의 불확실성’
미국과 한국 모두 이번 조치 이후 한미동맹 자체가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우호적 관계가 북미 간 의미 있는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한미 양국은 연합방위태세와 군사훈련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서울은 이번 결정을 당장 ‘동맹 이탈’로 규정하기보다 북미대화를 위한 미국의 협상 전략 변화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반복될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추가로 축소하거나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을 협상 대상으로 삼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단순한 훈련 조정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군사적 구조 자체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계속 확대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줄이고 북한과 직접 협상한다면 한국에서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한국이 독자적인 국방능력을 강화하고 미국과의 첨단 방산·정보·핵협의를 확대한다면 이 위험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것은 ‘미국과 북한 중 하나’가 아니다
이번 사태가 한국에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북미대화의 공간을 확보하는 이중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이 해야 할 역할은 단순히 미국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첫째, 한미연합방위태세의 핵심인 지휘·통신·정보·작전계획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 한국군의 독자적인 감시·정찰, 미사일 방어, 정밀타격, 무인체계, 사이버·전자전 능력을 빠르게 강화해야 한다.
셋째, 미국의 대북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이해가 배제되지 않도록 한미 간 사전협의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 북미대화가 시작되더라도 ‘훈련 축소’와 ‘비핵화’ 사이의 연계가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마지막 원칙이 중요하다. 훈련 축소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감소와 아무런 연계 없이 반복된다면 북한은 이를 군사적 양보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훈련 조정이 미사일 시험 중단, 핵물질 생산 제한, 검증 가능한 군사적 긴장 완화 등 구체적인 조치와 연동된다면 외교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26년 한미관계는 ‘동맹의 약화’보다 ‘동맹의 재설계’
현재 상황을 한미동맹의 붕괴라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에 약 2만8,5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2025년 한미 정상 간 합의에서도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과 핵을 포함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더구나 백악관은 2026년 7월 한국전쟁 정전협정 기념 메시지에서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의 핵심 축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현재 나타나는 변화는 미국이 한국을 버리는 과정이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보다 거래적이고 비용분담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또 하나의 변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과 정상외교는 단순한 한반도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카드다. 북한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활용해 국제적 고립을 완화하고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몇 달 동안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한미연합훈련의 규모가 아니라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실제 협상이 시작되는가다. 만약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한미연합훈련 축소는 일회성 결정이 아니라 북미협상을 위한 단계적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로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김정은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나 대북제재 완화 등 더 큰 요구를 내놓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트럼프의 ‘좋은 관계’는 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반드시 의존해야 할 이유가 과거보다 줄었다.
결국 한반도의 미래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그 친분을 실제 협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억제력이 훼손되지 않는가에 달려 있다.
2026년 8월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는 이 두 가지 목표가 충돌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중요한 신호다.
앞으로의 한미관계는 과거처럼 ‘미국이 안보를 제공하고 한국이 동맹을 지지하는 구조’에 머물기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은 더 많은 국방능력과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미국의 핵우산과 첨단전력을 확보해야 하고, 동시에 북미대화에서 한국의 전략적 공간을 지켜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한미동맹은 약해지느냐 유지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거래적 동맹’과 북한과의 ‘정상외교’를 동시에 견뎌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재설계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Contact: navy@scimonitors.com | Linke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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