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업계가 음성 명령만으로 음식 주문, 메시지 작성, 쇼핑 비교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차세대 AI 에이전트 스마트폰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대중화될 경우 모바일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혁신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기존 앱 중심의 디지털 경제 구조를 뒤흔들 가능성이 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는 여러 기업이 AI 에이전트 기반 스마트폰 기술을 공개하며 미래 모바일 환경의 변화를 예고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누비아(Nubia)는 바이트댄스의 AI 챗봇 ‘더우바오(Doubao)’를 기반으로 한 ‘나빅스 울트라(NaviX Ultra)’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이를 “AI 에이전트 스마트폰 시대의 시작”이라고 소개했다.

누비아가 선보인 기술은 사용자가 음성으로 명령하면 AI가 여러 앱을 넘나들며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 공개된 초기형 ‘더우바오폰’은 음식 주문, 상품 가격 비교 등 간단한 업무를 자동 처리하며 관심을 모았지만, 출시 직후 알리바바, 텐센트, JD닷컴 등 주요 플랫폼이 외부 AI의 자사 서비스 접근을 제한하면서 기능이 크게 축소됐다.

결제와 같은 핵심 영역에서 AI가 직접 앱을 조작하는 것을 막으면서 사실상 AI 에이전트의 활용 범위가 제한된 것이다.

플랫폼 기업과 AI 기업의 주도권 경쟁

시장조사업체 IDC의 키란지트 카우르 연구원은 AI 에이전트폰 확산의 가장 큰 장애물로 플랫폼 기업과 AI 서비스 기업 간 이해관계 충돌을 꼽았다.

그는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와 직접 연결되는 권한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며 “AI 에이전트가 중간에 들어오면 사용자 통제권을 다른 주체에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AI 에이전트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명령 수행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일부 서비스와의 연동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누비아는 다른 기업의 앱에 강제로 접근하는 방식 대신 플랫폼과 협력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카메라폰부터 생활 자동화까지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Honor)는 로봇 기술과 AI를 결합한 ‘로봇폰’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작은 로봇 팔 형태의 카메라 모듈이 움직이며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고, 음악에 맞춰 움직이거나 자동 촬영 기능을 수행한다.

아너는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이 제품에 알리바바와 공동 개발한 AI 모델 등을 활용한 에이전트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AI 스타트업 스텝펀(StepFun)도 AI 에이전트 기반 스마트폰 ‘STEPX Neo’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알리페이, 중국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Didi) 등과 협력해 여행 예약, 쇼핑, 지역 서비스 이용, 업무 처리, 영상 편집까지 하나의 명령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5~10년 뒤 스마트폰 사용 방식 바뀔 것”

AI 스마트폰 경쟁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에 예약 대행 등 고도화된 AI 기능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 스타트업 브레인 테크놀로지스(Brain Technologies)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내추럴 AI 폰(Natural AI Phone)’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음성 명령만으로 연락처에 지각 사과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일부 작업을 수행하지만, 아직 요청을 정확히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마크 아인슈타인 연구원은 “현재 AI 에이전트폰 시장에서 확실한 승자는 없다”며 “그래서 지금이 가장 치열한 경쟁 단계”라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5~10년 안에 이용자들이 현재처럼 각각의 앱을 직접 실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서비스를 대신 처리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에이전트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이는 단순한 기기 변화가 아니라 모바일 광고, 앱스토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등 디지털 경제 전반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