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DOE)가 꿈꾸는 ‘오류 내성(fault-tolerant) 양자컴퓨터’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양자컴퓨팅 기업 퀀티넘(Quantinuum)과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ies)가 공동 발표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98큐비트 상용 양자컴퓨터 ‘헬리오스(Helios)’가 지금까지 공개된 대형 양자 시스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입증했다.

최근 국제학술지 Nature에 발표된 연구는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이 단순한 ‘큐비트 수 늘리기’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계산하느냐’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큐비트 98개보다 중요한 숫자들

헬리오스의 핵심 성과는 큐비트 개수 자체가 아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계산 정확도를 의미하는 ‘충실도(fidelity)’다.

실험 결과 헬리오스는 단일 큐비트 연산에서 99.9975%, 두 큐비트 연산에서 99.921%의 충실도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오류율이 약 0.0025%, 0.079%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양자컴퓨터 분야에서는 극히 낮은 수치로 평가된다.

양자컴퓨터는 정보를 저장하는 큐비트가 외부 환경에 매우 민감해 작은 진동, 온도 변화, 레이저 오차만으로도 계산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큐비트 수를 늘리는 것보다 오류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해왔다.

샌디아 연구소의 양자정보과학자 로빈 블룸-코하우트(Robin Blume-Kohout)는 논문에서 “오늘날 양자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속도가 아니라 신뢰성”이라고 평가했다.

‘모두 연결된’ 98큐비트

헬리오스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독특한 구조에 있다.

현재 많은 양자컴퓨터는 인접한 큐비트끼리만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다. 반면 헬리오스는 ‘트랩트 이온(trapped-ion)’ 방식의 양자전하결합소자(QCCD) 구조를 채택해 98개 큐비트가 사실상 모두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전면 연결(all-to-all connectivity)’ 구조를 구현했다.

연구진은 바륨 이온(Ba⁺)을 큐비트로 사용했다. 이온들은 전기장으로 공중에 가둬진 상태에서 물리적으로 이동하며 연산 영역과 저장 영역을 오간다. 이는 마치 고속도로를 따라 데이터가 이동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논문에 따르면 헬리오스는 회전 가능한 이온 저장 링과 X자형 접합 구조를 활용해 큐비트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며 연산을 수행한다. 이러한 설계는 대규모 시스템으로 확장하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고전 컴퓨터의 한계를 넘보다

연구팀은 헬리오스가 수행한 무작위 회로 샘플링(Random Circuit Sampling) 실험에서 기존 고전 컴퓨터만으로는 사실상 시뮬레이션하기 어려운 수준의 복잡도에 도달했다고 보고했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실용적 문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양자 우위(quantum advantage) 또는 양자 초월성(quantum supremacy)을 입증하는 벤치마크 실험은 특정 계산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한다. 특히 높은 충실도가 실제 양자 오류 수정(Quantum Error Correction)에 필요한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샌디아 연구소

이번 연구의 특징은 단순한 기업 발표가 아니라 미국 국립연구소가 독립적으로 성능을 검증했다는 점이다.

샌디아 연구소는 20년 넘게 양자컴퓨터 성능 평가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번 연구에서도 자체 개발한 벤치마킹 기법을 활용해 헬리오스의 성능을 측정했다.

특히 연구진은 양자 오류 수정에 필수적인 ‘중간 회로 측정(mid-circuit measurement)’ 성능을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는 계산 도중 양자 상태를 확인하면서도 전체 계산을 중단하지 않는 기술로, 미래의 오류 내성 양자컴퓨터 구현에 핵심 요소로 꼽힌다.

집적광학이 여는 확장성

양 기관의 협력은 단순한 성능 평가에 그치지 않는다.

샌디아 연구소는 수년 전부터 트랩트 이온 양자컴퓨터용 집적광학(integrated photonics) 기술을 개발해 왔다. 집적광학 칩은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광학 채널 안에서 빛을 제어하며 정보를 전달한다.

기존 광학 장비가 복잡한 거울과 렌즈에 의존했다면, 집적광학은 이를 반도체 칩 위에 집적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제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향후 수백만 개 규모의 큐비트를 갖춘 실용적 양자컴퓨터 구축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샌디아 연구소는 퀀티넘과 함께 차세대 양자 프로세서에 적용할 광학 부품을 공동 설계하고 시험하고 있다.

오류 내성 양자컴퓨팅

양자컴퓨팅 산업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발전해 왔다. 구글, IBM, 아이온큐(IonQ), 퀀티넘 등 주요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수십~수백 큐비트 규모의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실질적인 과학·산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보다 훨씬 많은 논리 큐비트(logical qubit)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 큐비트의 개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오류율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헬리오스는 아직 완전한 오류 내성 양자컴퓨터는 아니다. 하지만 높은 충실도와 대규모 연결성, 그리고 오류 수정에 필요한 기능들을 동시에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여준다.

양자컴퓨터의 미래는 단순히 “몇 큐비트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계산을 수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헬리오스의 성과는 그 경쟁의 기준이 이제 정확도와 신뢰성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Contact: navy@scimonitors.com | LinkedIn